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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록 Nov 09. 2024

'좋은 전쟁'은 존재하는가

자크파월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미국의 파워엘리트는 다른 무엇보다도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며, 그 진정한 신경중추는 미국의 초거대 기업들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주된 기능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그들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p29~31)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자크파월, 오월의봄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역사를 모르는 국민은 자신의 권리를 쉽게 빼앗기게 마련이다. 특히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의 영향권 안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우리의 역사와 더불어 미국을 비롯한,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세계대전이라는 큰 전쟁을 통해 세계의 지형이 변화한 모습과 그와 관련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확실하게 깨달은 부분이 있다면 헐리우드에 의해 아름답게 포장된 미국이라는 나라의 민낯에 관한 것이다. 헐리우드는 수많은 영화를 통해 이상주의적인 미국이 유럽과 전 세계의 자유와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었다는 생각을 널리 퍼뜨렸다. 


그러나 미국의 국내 및 대외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전시, 전쟁 이후에 걸쳐 연속적이고 일관적이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자유와 정의와 민주주의의 이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산업과 대기업(자본), 즉 미국 파워엘리트들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었다. 


미국 자본주의 경제 발전은, 미국의 사회경제적 엘리트계층과 그에 따른 정치 엘리트들이 국내외에서 오로지 자신들 계급의 이익만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과정이었다. (조력자가 민주주의자이건 독재자이건 관계없이, 평화적인 방법이건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서건 간에 상관없이, 그리고 미국이 위대한 가치로 내걸었던 자유와 정의와 민주주의라는 가치에는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고 일관되게) 


이 책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을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대한 미국의 위대한 성전, '좋은 전쟁'이라는 전통적인 서술 방식이 아니라 돈과 사업 관계, 이윤에 따른 충돌로서 기술한다.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해석한다. 전쟁을 군사적 사건으로 다루지 않고 정치경제학적 시각을 제시한다.(미국 내부의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과 워싱턴의 외교 정책과 군사전략 사이의 상호 관계 같은 것)


그리고 코카콜라, IBM, 포드, 제너럴모터스, ITT와 같은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전시와 종전 이후까지 나치 독일과 지속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음을 밝히며, 복잡하고 논란이 되는 역사적 사건들의 설명을 찾을 때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가 이익을 얻었는가'


저자는 전적으로 객관적인 역사적 해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자신의 연구도 어떤 면에서는 편향되어 있다고 고백한다. 다만 (새로운) 해석은 반드시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하며, 기존의 해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냉전이 끝났기에, 미국은 나치 독일에 호의적인 자세를 보였으며 실질적으로 소련이 나치 독일을 물리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게 되었고(냉전 기간에 이런 말들은 '모스크바의 꼭두각시'로 부당하게 낙인찍히게 하는 것들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훨씬 객관적으로 보는 게 가능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의 부역자들과 그의 후손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최상류층으로 남아있다. 미국이 정부 구성에 개입하면서 자신들이 다루기 쉬운 부역자들의 손에 권력을 쥐어줌으로써 역사 청산의 기회를 무산시켰다. 이 책을 읽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서방 선진국들도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도 권력의 하부 인물들만 정죄받았을 뿐 실제로 전쟁을 조종하고 이득을 본 자들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진짜 역사와 진실을 알지 못할 때 우리는 슬픈 지경에 빠지게 된다. 가난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독재자에게 투표하고(우리나라의 현재도 그러하다.), 오바마 케어 수혜자들이 오바마 케어 폐지를 공언하는 트럼프에게 투표하듯. 이 책을 번역한 윤태준은 '옮긴이의 말'에서 문장과 내용은 어렵지 않았으나 우리의 현실(자신의 신념 체계가 왜곡되어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과격하게 저항하는 무리들이 판치는)이 이 책을 옮기는 작업을 너무 고통스럽게 했다고 썼다. 다행히 최근에 많은 이들이 용기 있게 진실을 구하고 있음을 알았기에 고통을 견딜 수 있었다고.  


역사를 제대로 알고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는 깨어있는 국민들의 감시체계가 지금 이 순간도 우리에게 참으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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