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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록 Nov 10. 2024

중동-이슬람, 오해와 이해(1)

이희수 『이희수의 이슬람』

이제는 찬찬히 심호흡하면서 이성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실체에 근거해 이슬람 문제와 이슬람 세계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언제까지 서구가 만들어 놓은 오류와 고정관념, 광신의 도그마에 갇혀 그들을 버리고 가야 하는가?
(p6~7)


『이희수의 이슬람』, 이희수, 청아출판사


2023년 10월 시작된 가자 전쟁(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써 일 년을 훌쩍 넘겼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는 물론 시리아와 레바논 등의 헤즈볼라를 표적으로도 공습을 퍼붓는 중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대선 당일 '협상파'인 갈란트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강경파'인 카츠 외교장관을 후임자로 내세웠다.(이스라엘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전선은 확대되는 양상인데,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이 압도적 군사력으로 사실상 전쟁을 이끌어가고 있다. 재임 시절 미국 대사관을 이스라엘이 원하는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인 트럼프가 당선됨으로써 팔레스타인을 중동의 지도에서 없애고자 하는 네타냐후에게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이스라엘은 트럼프의 귀환과 동시에 공세 강화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중동-이슬람 세계는 우리에게 분란과 갈등의 지역으로, 9·11 테러 이후에는 테러리스트의 양산지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는 막연히 혐오나 두려움의 대상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반인륜적 테러 행위는 명백한 반이슬람적 범죄 행위이다. 소수의 과격한 이슬람 집단이 그들의 역사를 통해 경험한 고통과 울분을 무고한 대상에게 폭력적으로 되돌려주는 테러의 방식은 무슬림 주류 사회에서도 공감받지 못하며 대중적 지지 기반도 없다. 과격한 소수의 테러리스트가 아닌, 선량한 다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과 억울한 역사에 대해서 관심과 이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미국과 서구 언론은, 무슬림은 곧 테러리스트라는 공식을 무한 전파하면서 그들을 향한 동정 여론을 원천 봉쇄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무지성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베낀다.)


이 책 『이희수의 이슬람』은 중동과 이슬람 문화에 대한 자세한 안내서로써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편협한 시각을 교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623쪽이라는 분량만으로도 중동-이슬람에 대한 이해의 저변을 넓히고자 하는 저자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왜 이슬람에서는 테러가 극심할까

인류 근현대사는 서구와 이슬람 세계 대결의 역사였다. 이슬람 세계가 서구에 지배적 우위를 지켜오던 시기를 지나, 최근 200년간은 서구가 이슬람 세계를 잔혹하게 식민 지배하게 되면서 이슬람 세계의 반미-반서구 정서가 커졌다.


특히 2천 년간 평화롭게 살고 있던 아랍인 팔레스타인 땅에 1948년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이 건국함으로써 극단적 저항과 중동 전쟁의 불씨가 지펴졌다.(어느 날 갑자기 미국이라는 힘센 이를 대동하고 쳐들어와 안방을 빼앗고 집주인을 문간방으로 내몰더니 급기야 살던 집을 온전히 내놓으라는 이스라엘의 청천벽력 같은 억지에 순순히 물러설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오랜 세월 잘 살아오던 자신의 집을 어이없이 빼앗긴 자의 처절한 자기 보호의 몸부림에 해당한다.)


1970년대 이후에는 석유가 개발되며 이를 약탈하려는 미국의 정책과 부딪히며 저항의 강도가 올라갔고 이것이 테러 조직의 발생과 급증의 원인이다.  


분쟁의 근원적 불씨를 제공한 자들

이슬람 세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오스만 제국이 무너진 후 영국과 프랑스를 위시한 서구 열강이 중동 일대를 식민 통치함으로써 오늘날 중동 지역의 분쟁과 갈등이 시작되었다.


대표적 분쟁 지역인 팔레스타인의 경우도 영국과 프랑스의 상호 모순된 삼중의 비밀 조약이 분쟁의 빌미가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서구 열강은 아랍인에게는 아랍 국가의 독립을(후세인-맥마흔 서한), 유대인에게는 유대 민족 국가의 창설(밸푸어 선언)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약속을 했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간에는 사이크스-피코 비밀 조약을 통해 영국의 팔레스타인 통치를 암암리에 결정했다.(사실상 영국이 모든 악의 뿌리인 셈이나 그들은 팔레스타인의 운명에 철저히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후 국제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평화협정 등이 모두 무시되고, 미국 등의 강대국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함으로써 갈등이 심화되어 왔다.    


근본적인 원인의 고찰 없이 단순히 현재 드러난 현상에 대해서만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행위는 너무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의 의미가 크다. 무엇이 그들의 일부를 이렇게 자기 파괴적 폭력으로 내몰았는지, 그들의 현실은 또 어떠한지 관심을 갖고 알아갔으면 한다.



*『이희수의 이슬람』을 총 4편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고자 한다.

*10개의 Chapter로 이루어진 이 책의 앞부분에는 <급변하는 오늘의 중동-이슬람 30가지 질문>이라는 글이 첨부되어 있다. 중동과 관련하여 우리가 가질법한 궁금증을 30개의 질문과 짧은 답변으로 정리한 글이다. 두꺼운 책을 다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 부분만 읽어도 오늘날 중동을 이해하는 데 나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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