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육아
아이의 요즘 최애 간식은 꽁꽁 얼린 ‘짜먹는 젤리’다. 후식으로 시원 달달하게 입 속에서 녹여먹는 그 맛이 그야말로 꿀맛인 모양이다. 밥을 먹고 나서 꼭 “시원하고 딱딱한 거 주세요!” 하고 외치는 모습이 마치 밥 먹은 후에 주홍빛 요쿠르트를 중독적으로 들이키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가 젤리를 받아가면 몇 초 후엔 꼭 다시 나를 찾는다. 이름 그대로 젤리를 짜줘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가 한참 후에 나에게 와 빈 껍질을 내놓았다.
“혼자 짜먹은 거야?” 물으니 “응!” 하고 대답하는 모습에 뿌듯함이 배어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내 손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었는데 딱히 가르치지도 않은 일을 하루새 꼬물꼬물 제 손으로 해내는 걸 보니 신기하다.
어른인 우리는 별다른 의식도 없이 그냥 하는 일이지만 사실 그걸 해내기까진 과정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걸, 육아는 항상 그걸 깨닫게 한다.
<어린이라는 세계>에서는 신발끈을 느리게 묶는 아이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어른이 보기엔 답답하고 굼떠보일지 몰라도 아이는 그저 최선을 다해 할일을 할 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어린이를 기다려주는 느긋한 어른이 되면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고, 우리는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는 그런 과정을 거쳤다. 우리 모두는 느리고 미숙하지만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아이였다. 그래서 우리가 당연스럽게 하는 일을 아이가 못하거나 더디게 한다해서 아이를 채근해서는 안 되는 걸게다. 오늘은 그걸 ‘짜먹는 젤리’를 통해 또 한번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