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 eden Dec 31. 2020

코로나 베이비의 외식, 파스타

맘 편히 외식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아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아이와 문화센터에 다니고 있을 거다. 제주도가 아름다워지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들락거렸을 것이고, 해외여행도 한 번쯤은 다녀왔겠다. 아이를 넘치게 예뻐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교외로 드라이브도 자주 했겠으며,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친구들과 서로의 집을 오가며 공동육아를 핑계로 종일 수다를 떨었을 게 뻔하다.

아마 그랬을 거다,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면.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부터 닦아대고, 멀찌감치 떨어져 한 방향을 바라보며 식사하고, 이웃이 인사해도 빼꼼히 보이는 눈으로 누군지 짐작만 하며 멋쩍게 웃어 보이고, 엘리베이터 버튼이 마치 시한폭탄 버튼이라도 되는냥 터치 금지령을 외친다. 이런 모습들이 일상이 되는 세상, 내 아이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흐뭇한 추억이, 귀중한 경험이, 단단한 관계가 쌓였을 시간을 코로나에게 내어준 것이 분하다. 무엇보다 먹부림을 즐기는 입장에선 맛있는 곳을 찾아가 배를 채우고 아이와 새로운 이야기를 쌓는 기쁨을 못 누린 것이 못내 아쉽다. 그렇게 외식이 그리워질 때면 아이도 가끔은 집밥이 지겨울 거라 짐작해본다. 그런 생각이 드는 날 주로 내놓는 메뉴는 파스타.

먼저 파스타를 삶는데, 채소와 한번 더 볶아줘야 하니 너무 퍼지지 않도록 한다. 방울토마토와 양파, 양송이 등을 다져 물러질 때까지 볶아내고 삶은 파스타를 투하해 소금 한 꼬집, 올리브유를 쪼로록 더해 맛을 입힌다. 너무 간단해 민망한 토마토파스타에 프리타타를 곁들여내기로 한다. 볶아서 식힌 다진 소고기와 달걀 한알, 우유 적당히, 다진 시금치와 가지 등의 채소를 한 데 섞어 전자레인지에 5분- 1분 남았을 즈음 꺼내 치즈 한 장을 올려 마저 돌려낸다.


오물거리며 곧잘 먹어주는 아이를 보며 프랜차이즈까진 아니지만 동네 작은 가게에서 하는 외식의 맛은 되려나 기대한다. 다양한 맛처럼 세상엔 다양한 경험이 존재한다는 걸 하루빨리 알려주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한다.






[이든 밥상]

토마토 파스타. 소고기 프리타타. 오이피클

이전 02화 시기적절한 팥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