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안 해도 결혼식은 하고 싶은 이들에게
[요즘 결혼식 트렌드는?]
한국의 결혼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역시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2024년 기준 국내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총 결혼 비용의 평균은 약 3억 474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혼집은 약 2억 4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신혼집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결혼식과 신혼여행에 쓰는 비용만 6-7천만 원에 육박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 중개 업체의 한 커플 매니저는 예전과 달리, 경제적 안정을 이룬 후에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결혼 의향이 있더라도 시기가 늦어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런 결혼식 비용의 부담 때문인지 요즘 일부 커플들 사이에서는 ‘마이크로 웨딩’이 성행하고 있다. 마이크로 웨딩이란 50명 이하 하객 규모의 결혼식을 말하는데, ‘더웨딩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25~50명 규모의 결혼식이 전체 시장의 15%, 25명 미만은 2%를 차지했다.
마이크로 웨딩에 이어 해외 결혼식 또한 유행하고 있다. 스카이스캐너가 최근 18세 이상의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3%가 해외여행지에서 결혼식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세대별로는 35세에서 44세 사이 응답자의 19%, 25세에서 34세 사이 응답자의 39%, 18세에서 24세 응답자의 62%가 해외여행지 결혼식을 고려하겠다고 답해 젊은 세대일수록 해외여행지 결혼식에 열려 있음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신부 대기실을 없애고 신부, 신랑이 직접 하객들을 맞이하거나, 신부 혼자 당당히 입장하는 등 형식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화려한 초호화 결혼식을 추구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관습에서 벗어나 스몰웨딩, 하우스 웨딩, 셀프 웨딩, 해외 웨딩 등 친밀한 관계를 중심으로 개성을 중시하는 결혼식을 추구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꿈꾸는 웨딩]
내겐 줄곧 꿈꿔왔던 웨딩이 있다. 하객 수는 50명 정도의 마이크로 웨딩에 버드나무 아래에서 하는 야외 결혼식을 항상 그려왔다. 인생의 한 번뿐인 특별한 날에는 나와 가장 친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만 보며 축하받고 싶다. 어색한 직장동료나 별 교류 없는 친척들까지 불러서 정신없이 보내는 결혼식은 싫기도 하고, 그날만큼은 가장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화려한 장신구나 액세서리는 생략하고 하늘하늘하고 선이 아름다운 드레스에 화이트 그린 톤의 결혼식. 탐스런 석류가 가득한 웨딩 케이크에 들꽃이 꽂힌 채로 땋아 늘어뜨린 머리까지. 물론 예산이 무한정이라면 프랑스 남부의 성을 빌려서 하객들을 초대한 후, 그곳에서 신혼여행과 결혼식을 모두 즐긴다면 완벽하겠지만… 그때부터는 스몰웨딩이 아니라 럭셔리 초호화 웨딩이 될 테니 자제하겠다.
[가장 감도 높고 밀도 높은 사랑을 받기를]
필자는 최근 바뀐 결혼식의 방향성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성을 살려 하나뿐인 특별한 날을 만드는 결혼식이 되길 바란다. 웨딩드레스는 꼭 하얀색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드레스에 꼭 구두를 신을 필요도 없다. 부츠나 워커, 운동화도 괜찮다. 아니면 선글라스를 끼고 힙하게 연출한다면 어떨까. 이제는 결혼식이 ‘형식’으로서가 아니라 ‘행복’으로서 작용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가장 나답고, 자유롭고, 행복한, 생애 가장 아름다운 빛나는 날이 되기를.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끝까지 당신의 편에 서 줄 사람들 사이에서만 축복받기를. 가장 감도 높고 밀도 높은 사랑을 받는 날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