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전선을 따오는 일

by 하린

T33이라는 라인 조명으로 정사각형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긴장감이 높았지만 사실 어려운 점은 단 한 가지. 보통 가장 가까이 있는 등에서 전선을 분기해 라인 조명이 있는 곳까지 끌어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장에 구멍을 내고 그 속으로 피시테이프라는 것을 넣어서 전선이 있는 구멍까지 통과시켜 두 구멍 사이에 전선이 놓이게 해야 한다. 말만 들어서는 작업의 난이도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내가 보기에는 조명 시공 중 가장 어려운 일이다.


작업 시간은 5~6시간으로 짐작됐다. 먼저 라인조명부터 설치했다. 이 작업은 2시간 반 정도에 끝났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몇 번 해보긴 했지만 짧은 거리였다. 50cm 정도의. 배수관이 지나가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걸린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130cm 정도 되는 거리였다. 쉽지 않을 것이다. 구멍은 넓을수록 좋다. 하지만 외관상 최대한 작은 구멍을 내고 마감을 하는 쪽이 좋아서 지름 3cm의 구멍을 냈다. 등이 있는 곳의 구멍도 크지는 않았다.


이게 될까.


타공을 하고 피시테이프를 반대쪽 구멍 쪽으로 살살 밀어 넣었다. 천장 안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 방향을 잡고 넣어봤지만 줄은 엉뚱한 곳으로 튀며 천장 바닥을 때리기도 하고 어딘가에 걸리기도 하며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까.


나는 결정을 해야 했다. 이건 될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중간에 구멍을 하나 더 내어서 징검다리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나중에 구멍을 막아서 깨끗하게 마감할 일이 걱정이었지만 일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나는 타공을 했다. 그리고 선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또 30분이 지났나 보다.


어느 순간 드디어 선이 천장 속에 드러났다. 하지만 구멍이 좁아서 어떤 공구로도 끌어내릴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줄자가 보였다. 줄자의 끝은 기역자로 구부러져 있다. 그걸 천장으로 집어넣어 피시테이프를 걸어서 끌어내렸다. 생각보다 쉽게 잡혔다. 롱노우즈로 꽉 잡고 살살 밀어서 구멍 밖으로 꺼냈다.


다음에는 피시테이프 끝단에 전선을 감아서 당겨 전선을 구멍 쪽으로 끌어와야 한다. 쉽게 느껴진다. 당기기만 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잡아당기는 도중 어딘가에 걸렸다. 너무 세게 당기다가는 전선이 피시테이프에서 빠질 수도 있다. 천장을 향해 고개를 젖히고 팔을 계속 움직이다 보니 목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괜찮다. 목은 아프다 괜찮아지겠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더 난감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나는 계속 시도를 했고 어느 순간 전선이 구멍 밖으로 빠져나왔다. 깊은 안도의 한숨이 절로 뱉어져 나왔다. 몸 어딘가가 떨리고 있었다. 팔인지 다리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나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음 작업을 이어갔다. 이제 반절을 했을 뿐이다.


중간에 낸 구멍에서 다시 전선이 있는 구멍까지 통과시켜야 했다. 여기서부터는 좀 더 힘이 들었다.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났고 피시테이프는 내 마음대로 조종되지 않았으며 이전보다 천장의 장애물은 더 복잡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 시간을 씨름했을까. 울고 싶어질 무렵 드디어 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똑같이 줄자로 선을 잡아채어 끌어내렸다. 그 순간의 느낌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 이렇게 원시적인 방법으로 마치 복불복과 같이 행해지는 것이 전기 작업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겠지. 혼자 알고 있기가 억울할 만큼 기쁨은 컸고 그 어떤 전기 작업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단순하게만 여겨질 것이라는 위화감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나는 현기증으로 흔들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전선을 커넥터로 분기하고 잭에 연결시켜 조명의 단자에 꽂았다. 이미 석고가루로 난리가 난 바닥으로 내려와 스위치를 켰다. 불이 켜진다. 생각했던 것만큼 괜찮다. 나는 탈거했던 방등을 다시 달고 구멍을 석고와 실리콘으로 마감한 뒤 청소와 정리까지 마치고 현장을 떠났다. 떠나면서 했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다시는 이 작업을 하지 않겠다.


성공만 한다면 내 몸 하나 갈아 넣을 수도 있겠지만 실패의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건 악몽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나는 다시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 어려운 만큼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던 탓일까. 아니면 힘든 건 물고기처럼 다 잊고 마지막의 성취감만 남아 있는 걸까. 잘 모르겠지만 이 작업을 하지 않고는 단가 높은 일도 따내지 못한다는 건 분명하다. 내 작업의 한계선을 너무 축소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결국 또 하게 될 것이다. 천장 속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피시테이프는 또 어디엔가 걸릴 것이다. 목은 다시 아플 것이고 팔도 떨릴 것이다. 그래도 나는 다시 시도할 것이다. 어쩌면 이 일은 전선을 끌어오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길을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제 나는 그 길을 하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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