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사람들은 전기를 무서워한다. 차단기만 내리면 전선에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직접 만지기를 꺼린다. 충분히 셀프로 할 수 있는 작업도 그 이유 때문에 전기기사를 부르곤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그렇게 전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그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을 일상적으로 옆에 두고 살기도 한다. 이를테면 멀티탭에 전열기구를 꽂아 쓴다든가 하는. 멀티탭은 일반 콘센트와 내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소비전력이 높은 전기제품을 오래 견디기 어렵다. 물론 이 정보의 공급은 멀티탭에 대한 수요와 거의 반비례하는 실정이긴 하다. 그래서 나는 콘센트 작업을 하고 난 뒤에는 반드시 고객들에게 콘센트나 멀티탭 사용에 관해 주의사항을 안내하곤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과부하 상황이 눈에 띄면 꼭 알려준다.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어머 그래요?"
또는.
"3년이나 이렇게 썼는데요 뭐."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
"네. 알겠습니다"
보통 이 대답의 뒷면에는 다른 의미가 숨어 있기도 하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최근에 유행했던 과자를 단기간에 판매할 가게에 조명과 콘센트 설치 작업을 해주게 되었다. 오래된 건물에 배선이 엉망으로 되어 있는 익숙한 공간. 일단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던 전선을 새들로 정돈해서 깔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전열기구와 포스기 등을 사용할 거라고 하며 콘센트를 봐달라고 해서 다 작동하게끔 만들어 두었다. 천장에도 등을 달아 밝게 만들었다. 작업을 끝내고 나서 나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전열기는 반드시 멀티탭이 아닌 콘센트에 꽂아서 사용하셔야 한다고. 고객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알겠다고 대답했다. 어딘가 미덥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경험에서 오는 직감 같은 것.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더 이상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장님, 여기 콘센트가 터졌는데 지금 와서 봐주실 수 있어요?"
다급한 목소리였다. 나는 물었다.
"멀티탭에 전열기 꽂고 쓰셨어요?"
"네... 수고비는 드릴 테니까 좀 와주세요."
수고비를 준다는 당연한 말을 굳이 덧붙이는 데에는 as 개념이므로 안 줘도 되는 건데 생각해서 드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을 때가 많다. 나는 여러모로 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현장으로 향했다. 새 콘센트를 하나 사두시라고 당부를 해 놓고.
현장 상황은 생각보다 심했다. 멀티탭의 플러그가 검게 그을려 있는 거야 당연했지만 교체만 하면 될 줄 알았던 콘센트를 열어보니 전선이 1.5배 정도 부풀어 있었다. 열로 인해 팽창을 해버린 것이다. 이 콘센트는 살릴 수 없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옆에는 또 다른 멀티탭에 또 다른 전열기구가 꽂혀 있었다. 나는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어떤 행동도 뒤따르지 않았다. 나는 차단기를 살폈다. 내려가 있어야 할 차단기는 그대로 있었고 대신 스위치가 일부 녹아 있었다. 처음 접하는 광경이었다. 서둘러 차단기를 내렸다. 동시에 가게의 자동문이 멈췄다. 성업을 이루고 있던 가게의 움직임도 갑자기 멈췄다. 날은 추웠고 자동문이 작동하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긴 했다. 고객은 울상이 되었지만 나는 단호할 수밖에 없었다.
"안 돼요."
전기공사면허를 가진 업체에 연락해서 차단기를 교체하기 전까지는 쓰지 말라고 했다. 고객은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못쓰게 된 콘센트를 절연테이프로 막아놓고 자리를 떴다. 상황이 해결되지 않아서 실망한 그는 수고비를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이 장소를 빠르게 떠나서 더 이상 이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밖으로 나와 몇 발짝 걷던 나는 뭔가를 두고 온 것이 생각나 다시 몸을 돌렸다. 가게 쪽을 보니 사람들이 오가는 동안 자동문이 여닫히고 있었다. 내가 나가자마자 차단기를 올려버린 것이다.
그 뒤 그 가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설사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나를 부르지는 않았을 테니 알 도리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차단기를 내리는 것까지였다. 그 이후의 선택은 언제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몫이다.
사람들은 전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선택적으로 작동한 기도 한다. 어떤 위험 앞에서는 조심스러워지고, 어떤 위험 앞에서는 놀라울 만큼 담담해지고. 전기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늘 그 두 가지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