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창고에서
플랫폼에 요청서가 올라왔다. 사무실 콘센트 두 개를 교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매입인지 노출인지를 물었다. 고객은 잘 모르겠는데 매입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매입 콘센트 두 개만 챙겨서 길을 나섰다.
도착하니 검은색 비니를 쓴 남자 둘이 골목에 서 있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골목은 좁고 어두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밤에 일하면서 위험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그들에게 전기 때문에 왔다고 하자 요청한 사람은 지금 주차 중이라고 했다. 잠시 뒤 차 한 대가 골목으로 들어왔고 요청자가 내렸다. 세 사람은 나를 사무실이라는 곳으로 안내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좁고 어둡고 습한 공간이 나왔다.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창고에 가까웠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여기에서 빨리 나가야겠다.
콘센트는 두 개였다. 하나는 노출 콘센트였고 하나는 벽에 매입된 콘센트였다. 나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콘센트 커버를 열었다. 창고에는 조명 하나가 켜져 있었지만 밝지는 않았다. 작업하기에는 빛이 부족해서 헤드랜턴을 켰다. 헤드랜턴 빛이 콘센트 박스 안쪽을 좁게 비추고 있었다.
전선을 만지기 전에 먼저 절연을 해 두었다. 그리고 차단기를 찾아야 했다. 벽을 둘러보다 작은 분전함을 발견했다. 나는 그걸 열었다. 차단기가 몇 개 있었다. 나는 첫 번째 것을 내려봤다.
딸깍.
창고에 켜져 있던 조명이 꺼졌다. 나는 다시 콘센트 쪽으로 가서 확인했다. 노출 콘센트는 반응이 없었지만 매입 콘센트 쪽의 선에서 전압이 잡혔다. 나는 다시 차단기를 올리고 다른 것을 내려봤다. 둘 다 작동하지 않았다. 매입으로 하면 되겠다.
나는 다시 바닥에 앉아 매입 콘센트를 자세히 살펴봤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콘센트가 오래된 것이었다. 몇십 년은 된 것처럼 보였다. 크기도 지금 쓰는 것보다 훨씬 작았다. 내가 가져온 콘센트를 대보았다.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잠깐 손을 멈췄다. 이건 작업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매입 콘센트를 고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벽은 스티로폼이었다. 하지만 내가 못하겠다고 하면 이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긴 나사가 안 박혀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박는 거 좋죠.”
잠시 뒤 다른 사람이 덧붙였다.
“박는 거 우리 좋아해요.”
나는 다시 등을 돌리고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말을 줄였다. 평소라면 나는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했을 것이다. 나사를 조이고 전선을 뒤로 빼고 플러그를 꽂는다고. 하지만 그날은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계속 그런 식의 말장난을 나를 겨냥해 쏘아대었다.
밖은 추웠고 창고 안도 냉기가 돌고 있었다. 그들은 계속 히터를 가리키며 오늘 꼭 켜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고민했다. 그리고 전기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방식으로 시공을 했다. 콘센트를 완전히 고정하지 않고 선만 연결한 뒤 스티로폼 사이에 억지로 끼워 넣었다. 조금만 건드려도 툭 떨어질 것 같은 상태였다. 나는 그 자리에 히터 플러그를 연결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거 위험하니까 절대 손대지 마세요.”
그들은 히터를 켰다. 처음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들은 동요했고 나는 당황했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아래에 파워 버튼 같은 게 있을 거예요.”
그들이 히터 아래쪽을 들여다봤다. 잠시 뒤 버튼이 눌렸고 전원이 켜졌다. 히터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된다.”
“되네.”
그들이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아, 나 갈 수 있다.
나는 히터를 둘러싼 그들을 뒤로하고 공구를 챙겨 일어났다. 헤드랜턴을 쓴 것도 잊은 채로 밖으로 나왔다. 철문을 밀어 열자 바로 골목이 이어졌다. 밖 공기는 차가웠다. 골목에는 사람이 없었다. 가로등도 없어서 어두웠다. 나는 헤드랜턴을 쓴 채로 골목을 걸어갔다. 몇 걸음쯤 갔을 때에야 그걸 알아차렸다. 나는 손을 들어 스위치를 눌렀다. 빛이 꺼졌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는 여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나는 그 옆에 섰다. 잠시 뒤 버스가 왔고 그들은 먼저 탔다. 버스가 떠난 뒤 정류장에는 나 혼자 남았다. 그때 멀리서 남자 하나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한 번 보고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잠시 뒤 버스가 왔다. 그 남자도 그 버스를 탔다. 나는 그의 뒤쪽 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출발한 뒤에도 나는 계속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혹시 창고에 있던 그들 중 하나는 아닌지 자꾸 확인하게 됐다. 몇 정거장이 지나자 그 남자가 먼저 일어났다. 문이 열리고 그는 버스에서 내렸다. 그가 내리는 걸 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안심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걱정이 시작됐다. 창고에 두고 온 콘센트가 떠올랐다. 스티로폼 사이에 끼워 넣은 채로 히터 플러그가 꽂혀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빠질 것 같은 상태였다. 혹시 불이 나는 건 아닐까. 나는 버스 창밖을 보며 그 생각을 계속했다. 다음 날 나는 그 콘센트 작업 요청서를 플랫폼에 올렸다. 노출 콘센트로 바꾸는 일이었다. 안전 문제 때문이었다. 다른 기술자가 가서 작업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들 중 하나는 왜요?라고 문자로 한번 물은 뒤 아무 답이 없었다. 나는 내가 할 일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나는 밤에 작업을 잡을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긴장감을 놓지 않게 됐다. 일을 고르고 가릴 처지가 아닌데 그래야만 하니 억울한 기분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긴장되는 경험이었다.
그날 나는 전기를 고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빠져나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