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리뷰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폴 토마스 앤더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숀 펜, 베니시오 델 토로, 레지나 홀, 테야나 테일러, 체이스 인피니티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납치된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혁명이 어떻게 끝나고 또 어떻게 계속되는지를 그린다. 겉으로는 전형적인 구조극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이념과 가족, 폭력과 희망이 얽힌 복잡한 감정의 층위가 숨어 있다.
부조리하게 그려진 캐릭터들은 작품 속에서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주인공 밥은 혁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반복해 묘사되지만, 결국 어른들의 사정에 휘말려버린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록조 대령은 백인우월주의자이지만 강한 흑인 여성을 좋아하고, 무자비하면서 동시에 어리숙하다. 퍼피디아는 혁명가를 자처하지만 결국 신념의 진정성이 시험대에 오른다.
이렇듯 캐릭터들은 시대를 대표하면서 동시에 그 틀을 벗어난다. 이 모순적인 인물 구성은 감독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드러내며,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복합적인가를 보여준다. 탁월한 각본에 더해 배우들의 연기는 금상첨화였다. 특히 록조 대령을 연기한 숀 펜은 괴물과 바보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남긴다. 실존할 리가 없는데도,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처럼 느껴지는 연기였다.
연출에서도 탁월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위의 포스터처럼 시각적인 강렬함 이상의 주제 의식을 응축시켜 관객에게 충격과(좋은 의미로) 공포를 선사한다. 또한 PTA의 영화에서 이렇게 스펙터클한 카 체이스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도로 위에서 모든 이야기가 한 점으로 수렴되는 순간, 감독은 대중적 오락성과 작품성을 완벽히 결합시켰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인종차별 문제를 비롯해 미국 현대사의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는 장면들이 많아, 그 문화적 배경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일부 뉘앙스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적·정치적 레퍼런스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감상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혹자는 너무 진보적이거나 PC주의를 앞세운 작품이라 하는데, 그것만을 다룬 영화는 결코 아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이상과 현실, 웃음과 비극을 뒤섞은 이 작품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모순 그 자체를 닮아있다. PTA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그리고 역사 속 이상주의와 그 좌절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 (4/5)
One Battle After Another
하나의 싸움이 끝나면 다른 싸움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