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백은
사람을 살린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서평

by 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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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news-p.v1.20251017.16a11e5fadfe4ff2a9b4886e846d1159_P1.jpg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저자 백세희 씨

지난 16일, 백세희 작가는 뇌사로 인한 장기기증을 통해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작가가 10년 넘게 겪어온 기분장애의 시간과, 그 속에서 이루어진 상담의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8년 출간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당시 ‘마음의 병’을 드러내는 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꾼 계기로 평가받았다.


작가는 정신과 의사와의 대화를 세밀하게 기록하며,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과 가라앉는 과정을 꾸준히 관찰한다. 감정을 병리적으로 정의하기보다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이 단순한 인식의 전환이 이 책의 핵심이며, 독자에게도 감정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제시한다. 매일의 기분 변화, 반복되는 자책과 불안, 타인과의 거리감 속에서도 끼니를 챙기고 출근을 이어가는 장면들이 하나의 서사로 엮인다.


책은 극적인 전개 대신 감정의 리듬으로 흘러가며, 우울이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생존 속에서 되풀이되는 미세한 파동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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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정신적 고통을 단순한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왜 그렇게 느꼈는가”를 묻고, 그 이유를 탐색하며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과정을 기록한다.

그 여정 속에서 독자는 자연스레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왜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할까.’

‘왜 타인의 시선을 먼저 걱정하면서 내 감정은 뒤로 미룰까.’


이 책은 직접적으로 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읽고 나면 마음의 깊은 곳이 조용히 흔들린다.

무언가를 고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견디는 법을 보여주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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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사회적 의미는 개인의 고백을 넘어선다.

출간 이후 정신건강에 대한 대화가 일상으로 스며들었고, 상담과 약물치료, 감정의 불안정에 대한 낙인이 완화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부끄럽지 않다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본 작은 단순한 에세이 이상의 하나의 시대적 기록으로 남는다.


고백컨데 이 책은 내 취향의 작품은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다. 감정보다는 서사를 선호하는 나에게는 다소 느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지닌 의의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감정의 솔직함이 하나의 공명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 사회가 ‘마음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분명 가치 있는 책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었을 이 글이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곱씹어보게 된다. 뇌사 판정을 받게 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고, 장기기증을 통해 다섯 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한다. 명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부디 마지막 순간에 괴롭지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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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살린 생명이 분명 다섯을 넘었을 것이라 믿으며 책을 덮었다.

어디에 있든 편히 쉬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