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세상에서 글팔이들의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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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무더운 여름이 시작될 때였다.
나만의 휴식을 즐기고 싶어서 무작정 차를 끌고 떠났다.
나는 '책방'이란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서점에 있으면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공주에 있는 책방 카페를 찾았다.
거기서 우연히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인문잡지 <한편>이었다.
그림 한 점 없이 오로지 글만 있는 책이었다.
2022년 5월에 발행된 이 책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글을 다뤘다.
그중 가장 앞에 있는 글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솔 - <산만한 나날의 염증에 대하여>
맞다. 우리는 현재 산만한 나날을 살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고,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까지 볼 수 있다.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주요 콘텐츠는 당연히 '동영상'이다.
동영상 중에서도 '숏폼'이다.
가벼운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좀처럼 무거운 콘텐츠를 소비하려 하지 않는다.
글을 읽는 것은 귀찮으며
생각하는 것은 지친다.
지친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를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무언가 대신
우리를 웃게 하고, 빠르게 도파민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싸구려 도파민만을 추구하고 있다.
필자 또한 그렇다.
텍스트보다는 동영상을 선호하고,
긴 영상보다는 짧은 영상을 흥미 있어한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은 이렇다.
콘텐츠 소비자들이 짧고 강렬한 것을 추구하면서
잔잔하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텍스트 콘텐츠는 외면받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책을 읽기보다 넷플릭스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책애호가는 아직도 많이 있다.
하지만 진짜로 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나도 책을 노력해서 읽고 있다.
'노력해야만 읽는다'가 핵심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취미'나 '흥미만족'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을 '공부'와 '노력'으로 보는 순간,
사람들은 책과 점점 더 멀어진다.
이런 세상에서 나처럼 글을 팔아먹고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계, 인쇄소는 잠시 봄을 맞이했다.
사람들이 전보다 책을 더 많이 사기 시작했다.
이것은 매우 반가운 현상이다.
하지만 더 강력한 변화를 불러오진 못할 것이다.
(물론 미미한 변화 또한 기적이다.)
갑자기 출판계에 큰 성장이 오진 못할 것이다.
한강 작가가 쓴 작품의 판권을 가진 출판사들만
행복한 비명을 지를 것이다.
작은 출판사들은
메인 메뉴 옆에 사이드 디쉬로
조금씩 영향은 받을 것이다.
그래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인한
출판 시장의 성장을
나는 기대하지 않는다.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얼어붙어 있는 출판 시장에
'한강'이라는 호재가 들어왔지만
출판 시장은 결국 자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최근 독립출판, 1인 출판물이 많아지면서
공급자만 늘어난 꼴이기 때문이다.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가 없다.
수요는 오히려 줄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팔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내가 너무 출판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걸까?
다른 글팔이들은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
나 같은 글팔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생존방법을 연구하기로 했다.
그 생존법을 연구하기 위해, 오늘도 무작정 일단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