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part.2 : IT회사 마케터
첫 브런치 글을 올렸을 때는 정말 갈 곳 없는 취준 백수였던 제가, 매거진 마지막 글을 쓰는 지금은 어엿한 3개월 차 마케팅팀 인턴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만 불러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항시 긴장상태였던 저였는데 이젠 탕비실에서 간식도 골라 먹는 것을 보면 역시 시간이 뭔가를 해결해주기는 합니다.
저는 일은 항상 힘들고, 재미없고, 버텨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첫 사회생활이었던 병원에서 그렇게 배웠고, 실제로도 그랬기 때문이죠.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지금 회사를 들어오고 나서는 일이 즐겁습니다. 회사에 한 명은 꼭 또라이가 존재한다던데 여기는 사람들도 다 좋습니다.(이 얘길 하면 꼭 그 또라이가 너 아니냐는 날카로운 비판이 들어오곤 합니다만 아닐 겁니다. 아마...) 존경할 만큼 능력있는 상사도 있고, 원하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그런 회사입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회사 가는 게 즐거워서 스스로 인지 부조화가 왔습니다. '일을 하는데 이렇게 즐거워도 되는 건가?', '고통스럽지 않은데 월급을 받아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들었죠.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아니라 기괴한 병원의 노동 악습, 그리고 그 환경에 젖어 있던 제 자신이라는 것을요. 돈을 벌고, 일을 하는 것 = 괴롭고, 고통스러워야 하는 것.이라는 공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었다니, 도대체 저는 어떤 환경에서 일을 했었던 걸까요.
인턴 3개월이 끝나가던 저번 주, 정식으로 정규 사원 제의를 받았습니다.
"회사는 모니씨가 필요해요!"라는 과장님의 말씀이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저도 기쁜 마음으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 말씀드렸습니다. 과장님 앞에서는 침착하게 대답했지만, 퇴근길에는 끓어오르는 브레이킹댄스 욕구를 참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신경 안 쓰고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기회인 줄은 그 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번 주에는 회사가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할 사람도 늘어났습니다. 회사는 또 다른 비즈니스의 론칭을 준비하고 있고, 이를 위해 모두가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회사가 진심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멋진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거든요. 팀원들이 꿈꾸는 큰 그림처럼 회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고, 더불어 저도 함께 커 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모든 순간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업무적으로 미흡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병원 경력을 갖다 버리고 다시 신입 생활을 하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습니다.(그것도 무려 대학병원 간호사로서 겪은 신입시절을 말이죠.) 하지만 함께 일하는 좋은 사람들,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내 자신을 보며 간호사 안 때려쳤으면 어쩔 뻔 했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앞으로도 어려운 순간들은 찾아 올 것입니다. 하지만 병원을 그만두고, 적극적으로 먹고사니즘에 대해 궁리했던 지난 몇 달의 시간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병원 밖으로 나오길, 참 잘 했습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병원 밖으로 나온 간호사" 매거진은 연재를 종료합니다.
앞으로는 이직한 회사에서 간호사 출신 마케터로 일하는 이야기를 적을 예정입니다.
그동안 병원 밖으로 나온 간호사 매거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덧,
더불어, 저와 같이 병원을 탈출한 간호사 선생님들(탈간호, 탈임상)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혹시 이야기를 공유해 주실 수 있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든지!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제 메일로(yhwa0718@gmail.com) 글 남겨주세요. 죽어도 간호사는 못하겠는데, 배운게 간호밖에없는 탈간호 꿈나무들을 위해, 병원 밖에서도 잘만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를 글로 남겨 볼 생각입니다. :)
* 인스타그램 계정 @writer.m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