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문

나는 짐승

by 사람

굶주린 아이에게 나라는 먹이를 주고 싶은데

어떤 방법으로 배를 가를까 고민하다가 꿈에서도 쫓겨났어

어디에 숨어야 세상이 나를 잊을까

몇 번을 죽어야 내가 나를 잊을까


머리를 폭죽처럼 터트릴까

끝없이 이어진 구름다리를 걸을까

정처 없이 흔들리는 팔을 자를까

기어오르다 거꾸로 처박힐까​


소리를 내며 웃고 싶은데 그들이 나를 기계처럼 찍어냈어

모두가 똑같아서 가치는 죽어도 없는데

나는 가치 없는 열망들을 죽어라 마셨어

똑같은 내가 누구도 될 수 없는 무엇이 되고 싶었어


가족 친구 사랑 이별 괴로움 그러니까

몸을 칼등으로 지분거리고 끝내 썰어 삼키는 것들로부터 말이야

이런 말을 하면 내가 꼭 축복받은 신자가 된 기분이 들어

속으면서도 속은 걸 모르는 거지​


부패 직전을 향해 썩어가도 여전히 나는 무언가에 골몰하는데

할 일 없는 맥박들은 그물코처럼 자꾸만 내 목에 걸리네

과거를 놓지 못해 안달이네 더군다나 괴롭게


열차처럼 난폭하게 질주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다 잘못했다고 빌어야 할까

꽤나 아쉬워 꿈 없고 생각도 없던 내 것으로 소유하고 싶던 그 아이가

최선의 방법을 모르니까 최악의 결과를 사랑할래

죽음이 나를 찾아오면 반갑다고 안아줄래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미 나는 나 자신을 비굴하고도 어둡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고

유별난 상상을 하나씩 수집해 가는 중이니까

그러니까 이제 나를 발칙하다고 손가락질해도 좋아

제정신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정신병도 나눠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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