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죽은 친구 대신
내가 눈을 떴다
밥을 먹고
모자를 눌러썼다
세탁소에 가서
검은 양복을 빌렸다
나는 그 놀이터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놀이터에는
거대한 정글짐과
한 아이만이 있었다
그 아이는
거대한 정글짐을 오르다가
굴러 떨어져 머리가 터졌다
도살된 가축처럼
부는 바람에 차갑게 식어갔다
친구의 지인이 내게
무얼 그리 보느냐고 했다
택시를 얻어 탔다
딱딱한 자동차 시트에
몸이 저렸다
나보다 더 괴로웠을
정글짐 아이를 떠올린다
차게 식어버린
그 아이를 떠올린다
정글짐에서 머리가 터져버린 아이
죽을 작정을 한 건지
죽일 작정을 한 건지
맨땅에 머리부터 고꾸라진 그 아이
적어도 80년을...
80년을 섞이고 희석될
농도 짙은 리터 단위의 피를
해변 위 순간의 폭죽처럼
그리고 빌어먹을 인간들
정글짐에서 죽은 아이를
진심으로 위한다면
정글짐이 아닌
아이를 혼자로 내몰았던
현실을 부숴버려야 한다고
죽은 친구와 함께 다니던 산책로를 생각한다
죽은 친구와 함께 나누었던 사회의 부조리함을 생각한다
죽은 친구와 함께 울었던 공중화장실에서의 밤을 생각한다
나는 조금 더 쓸쓸해졌다
그래 나는 조금 더 쓸쓸해졌을 뿐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이가 죽었던 놀이터부터 찾았다
홀로 거대한 정글짐을 오를 수밖에 없었던
아이의 짤막한 인생을 추모하며
핏덩이를 집어삼킨 거대한 정글짐을 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정글짐은
온 동네를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그 아이가 있던 놀이터에서는
자동차들이 뒤섞여
줄을 맞춰 바쁘게 흘러가고 있었다
차라리 저를 데려가 주세요
타인의 내면을 볼 줄 아는 친구 대신
타인의 내면을 증오하는 나를
나는 조금 더 쓸쓸해졌다
살아가야 할 날들이 너무나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