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여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네바다 사막을 5시간 정도 운전하여 밤늦게 도착한 캘리포니아 동쪽 끝에 위치한 조그만 산악도시인 맘모스 레이크(Mammoth Lakes)는 벌써 기온이 화씨 25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곳은 주위에 많은 호수가 있어 맘모스 마운틴에 호수라는 뜻에서 마을 이름이 정해진 곳입니다. 여기에서 120번 도로를 따라 1시간 정도 운전을 하여 시에라 네바다 산맥(Sierra Nevada Mountain)만 넘으면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입니다. 그렇지만 내일 하루 일정을 맘모스 레이크에서 보내기로 하고 시에라 네바다 산의 병풍처럼 펼쳐진 산새를 따라 아담하게 지어진 맘모스 레이크에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고 생각을 멈추고 깊은 잠을 청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 동쪽을 남북으로 길게 연결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캘리포니아 주의 Central Valley와 Basin and Range Province로 불리는 지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남북으로 약 400마일 (650킬로미터), 동서로는 약 70마일(110킬로미터) 길이의 거대한 산맥입니다. 깊은 요세미티 밸리 (Yosemite Valley), 알라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인 14,505 피트(4,421미터)의 마운트 위트니 (Mount Whitney), 북미에서 크레이터 호수(Crater Lake)다음으로 깊은 1,645피트 (501미터) 깊이의 타호 호수 (Lake Tahoe),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 큰 셔먼 장군 나무(The General Sherman Tree)를 간직하고 있는 거대한 산맥입니다. 이 산맥을 중심으로 서쪽은 풍요롭고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 동쪽는 메마른 모래사막과 광활한 광야가 펼쳐져 있는 네바다입니다. 그리고 시에라 네바다의 동쪽 끝 자락에는 인구 8천명 정도의 아담한 캘리포니아의 휴양도시 맘모스 레이크가 있습니다.
여름에는 화려한 등산로를 찾아 길을 재촉하는 하이커들, 마을을 따라 만들어진 수많은 호수들,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분위기에 도취 되어 잠시도 눈을 멈출 수 없는 풍경에 발길을 멈춰버리는 사진 작가들과 그들의 거치 포스트, 그리고 마운틴 바이커들의 로망이 묻어있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길고 스릴 넘치는 산악자전거 코스, 그리고 겨울이면 찾아오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스키장에 곳곳에 겨울을 녹여버리는 야외온천, 이 모든 것들이 숨어있던 맘모스 레이크를 바로 만날 수 있는 풍경입니다. 아침 일찍 차가운 대지에 내려온 공기는 호수에 물안개를 피어 오르게 하고, 시에라 네바다의 거대한 병풍 사이로 비쳐진 태양빛은 송송이 맺힌 물방울 사이에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고 세상의 빛을 만들어 어두웠던 새벽을 깨우고 있습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법률용어에서 재소자를 뜻하는 ‘Convict’, 수많은 아름다운 단어들이 있지만 그 중에 하필이면 Convict란 용어를 사용하여 이름이 만들어진 모리스 산이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인 컨빅트 호수(Convict Lake)를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이곳 이름의 유래는 1871년 9월23일 네바다주의 Carson City에 있는 감옥을 탈옥한 탈주범과 보안관이 로버트 모리슨(Robert Morrison)이 이곳에서 총격전을 버리다가 모리슨이 죽게 됩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지역 사람들이 각각 모리슨 산과 컨빅트 호수라는 이름으로 이곳을 불렀다고 합니다.
맘모스 레이크에서 395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0분 정도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컨빅트 호수 사인과 함께 Convict Lake Road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저 멀리 모리스 산을 바라보며 5분 정도 운전을 하다 길이 끝날 무렵 진한 계절의 옷을 품은 거대한 컨빅트 호수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 호수를 따라 2.5마일을 걷는 Fisherman's Trail은 다른 곳에선 만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가을에 깊고 파란 하늘을 담은 맑은 호수에 노랗고 물든 아스펜 나무들과의 조화, 그리고 그곳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모리스산이 비치는 그림 같은 절경은 사진 메니아에겐 필수 사진 촬영 장소로 꼽히는 곳이기고 합니다. 또한 낚시나 보트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으며, The Restaurant at Convict Lake에서 품격 있는 저녁 식사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모리스 보안관과 탈주범간의 총격전이 벌어진 후 150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모리스 산을 품은 컨빅트 호수를 바라보며 높고 넓은 하늘을 담고 구름을 맑은 물에 띠우며 모리스 산을 호수에 품고 있으니 인제는 보안관과 탈주범의 총격사건과 죽음도 서로가 용서가 되나 봅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서로 많이 원망을 했을 것입니다. 때로는 수면처럼 흔들리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하늘의 높이만큼 깊어지는 컨빅트 호수에 한없이 잠겨버린 모리스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납게 뛰놀던 바람이 호수를 만나 잠잠해 지는 것처럼 우리에 마음도 서로가 화해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