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풍경이 좋으면서도 한적한 장소 찾아 여유 있게 걷고 싶은 이유는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그곳에서 경험할 수 있어서 그러합니다. 아무도 가지 않던 곳을 누구가 한 사람 두 사람 같은 길을 가더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걸으니 이제는 큰 길이 생겨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가게 됩니다. 그 길이 인간에게 번잡함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영혼을 잃은 것처럼 당황스런 일을 만나기도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보폭을 내딛으며 마치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오지의 탐험가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길은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묻어나는 곳으로 함께 갈 수 있는 누군가와 같이 걷고 있다면 힘들고 지치더라도 그곳에서 항상 아름다운 위로를 만날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Sierra Nevada) 동쪽에 위치한 조그만 휴양 도시인 맘모스 레이크(Mammoth Lakes)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출발하였습니다. 395번 도로를 따라 눈 덮인 고봉들이 즐비한 거대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이룬 끼고 북쪽으로 20분 정도 운전을 하니 왼쪽 저 멀리 마치 이름 모를 행성의 실핏줄 같은 물줄기가 모여 기묘한 호수를 이룬 것처럼 특이한 모양을 한 모노 호수(Mono Lake)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호수는 76만년전에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호수로 물이 흘러가는 강이 없는 고립된 호수로 투파(Tufa)라는 성장하는 돌탑으로 유명한 호수입니다. 이 호수를 만나면 왼쪽으로 티오가 패스(Tioga Pass) 사인과 함께 요세미티 공원 입구인 120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요세미티로 들어가는 길은 크게 세가지 길이 있는데, 그 중에서120번 도로인 티오가 길(Tioga Road)는Tioga Pass Entrance Station 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동쪽 진입 지점으로 사용되는 도로로 미국에서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며 드라이브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평행에 한 번을 운전을 하고픈 매우 아름다운 코스로 유명한 도로입니다. 캘리포니아와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도로로 해발9,943 피트(3,031미터)의 높은 티오가 고개를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4월 중순부터 제설 작업을 시작하여 주로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정도부터 초가을 까지 길이 열려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이라 할지라도 날씨와 도로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기 때문에 출발 전에 요세미티 국립공원 웹사이트에 가서 상황을 체크하셔야 합니다.
120번 도로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거대한 모노 돔(Mono Dome) 봉우리가 보이고 왼쪽으로 Lee Vining Creek이 만들어 놓은 깊은 계곡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놓여진 도로를 따라 저 멀리 해발 13,061 피트(3,981 m)의 다나 마운틴(Mt Dana)이 보입니다. 잠시 Tioga Pass Road Valley View에 차를 세우고 가슴을 조리며 지나온 길들을 내려다 보며 깊은 심호흡을 하여 봅니다. 내려서 보면 무섭지 않은데 막상 핸들을 잡으면 가는 길이 그리 험하고 무서운지….
이곳에는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수많은 호수들이 있습니다.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엘러리 호수(Ellery Lake)와 티오가 호수(Tioga Lake)이 오른쪽으로 보이고 높은 산중에 아름다운 비치가 있는 테나야 호수 (Tenaya Lake)도 있습니다. 또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사진 찍기 명소인 투올러미 초원(Tuolumne Meadows)이 있는데, 해발 8,600피트(2,627미터)에 위치한 투올루미 강을 끼고 자연 그대로의 오염되지 않은 초원은 돔 형태의 화강 암석과 기둥들로 둘러친 넓고 초록이 무성한 고산대 초원 지대입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트레일을 하는데, 커시드럴과 유니콘 피크(Cathedral and Unicorn Peaks) 아래 펼쳐진 알파인 호수들로, 투올루미 강으로 떨어지는 웅장한 폭포, 그리고 숨 막힐 듯한 전경의 높은 화강암 돔이 있는 정상으로 까지 사방으로 트레일이 이어집니다.
투올럼니 초원을 지나 서쪽으로 계속 운전을 하면 왼쪽으로 파란 하늘을 담고 있는 테나야 호수 (Tenaya Lake)를 만나게 됩니다. 당시 그 곳 인디언 추장의 이름을 딴 테나야 호수는 모래 사장이 곱게 단장된 아주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이곳에서는 고운 모래가 잘 정돈되어 있고 마치 해변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만큼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비치를 만나게 됩니다. 잠시 이곳에서 비치를 따라 호수에 반영이 되여 비친 화강암 바위들을 배경삼아 잠시 쉼을 얻어봅니다.
테나야 호수를 더나 서쪽으로 조그만 운전을 하면 요세미티의 어느 곳보다 빙하의 흔적이 가장 고스란히 남아있는 옴스테드 포인트(Olmsted Point)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120번 도로 최고의 뷰 포인트로 빙하의 흔적을 증명하듯 둥그런 바위가 곳곳을 장식하고 서쪽 멀리에 요세미티의 국립공원의 중심인 요세미티 밸리와 그를 감싸는 하프 돔(Half Dome)을 멀리서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망원경을 통해 저 멀리 절벽을 오르는 등반가들을 보면서 그들이 스스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어떠한 장비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조금 늦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끝까지 가려는 그들의 의지와 힘을 보면서 같은 방향으로 끝까지 가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속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코로나 바이러스 대 유행으로 힘들어 하지만 이는 잠시 우리 삶의 속도를 늦추고 한 걸음 쉬어가는 여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