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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Jun 05. 2022

Beavers Bend에서 말을 타보자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여기가 텍사스인가 할 만큼 선선했던 5월의 풍경은 벌써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연휴를 끼고 본래 무더운 텍사스의 5월 날씨로 회기하고 있습니다. 서둘러 핸들을 돌려 먼저 출발한 일행을 따라잡으려고 자동차의 악셀을 밟았습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메모리얼 데이의 연휴를 따라 여행을 떠난 지라 도심은 평소보다 많이 한가합니다.

오클라호마주의 Beavers Bend State Park 전경


  달라스에서 30번 하이웨이를 따라 알칸소 방향으로 들어서니 자동차 창문에 부서지는 5월의 태양은 강한 바람에 잠시 무더위를 내려놓고 있습니다. 2시간 정도 하이웨이를 달려 출구 178번에서 도로 259번을 만나 오른쪽으로 턴하여 북쪽으로 1시간 정도를 운전을 하면 오클라호마주의 조그만 소도시 브로큰 보우(Broken Bow)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10분 정도만 북쪽으로 운전을 더하면 Beavers Bend State Park 입구를 만나게 됩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꼬불 꼬불 259A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공원 관리소가 보이고 곳곳에 숲을 지붕 삼아 만들어진 캠핑 장소와 동화 속에 일곱 난쟁이들이 사는듯한 예쁘고 아기자기한 캐빈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Beavers Bend State Park의 캐빈

  이곳은 워낙 알려진 곳이라 공원 안에 있는 캐빈을 예약하기가 퍽 힘든 곳입니다. 그래서 어쩌다가 이곳을 가게 되면 공원밖에 있는 사설 캐빈을 많이 찾게 되는데 경치나 분위기는 공원 안을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가서 캠핑을 하려면 가능하면 캠핑이나 캐빈 예약을 공원 안으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캐빈을 예약하려면 2박3일 이상을 우선으로 예약을 하지만 간혹 늦게 예약을 할 때 예약이 취소된 캐빈을 하루 단위로 예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여행하시는 분은 인터넷에서 이곳의 캐빈을 예약하다가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해보는 것도 필요한 지혜입니다.

어린 강태공의 숭어낚시
유속에 몸을 맡기고 트래핑을 즐기는 카약과 카누 여행
기차와 헤이 라이드(Hay Rides)를 타고 숲을 누빌 수 있는 Beavers Bend Depot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의 방대한 산림과 깨끗한 물, 이 모든 것은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시냇물이 만나 강물을 이루고 강물이 만나 호수를 이루듯 자연의 순리 그대로를 간직한 모습이 미국의 자연의 강점인 듯합니다. 비버밴드 공원 안에서는 오클라호마에서 구입한 숭어낚시 라이선스를 가지고 공원 안의 맑은 계곡에서 숭어낚시를 즐길 수 있고, 강을 따라 흐르는 유속에 몸을 맡기고 트래핑을 즐기며 카약과 카누를 탈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스페셜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공원 안에서 Beavers Bend Depot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거기에서는 공원을 누비는 기차와 헤이 라이드(Hay Rides)를 타고 숲을 누빌 수 있으며 간단한 승마교육을 받고 승마를 하며 산림의 울창한 비버밴드의 숲을 1시간여 누빌 수 있습니다.

잘 훈련된 말을 이용하여 비버 밴드를 누빌 수 있습니다.

  말을 빌리고 간단한 교육과 주의사항을 받고 말 잔등에 올라탔습니다. 1시간여 말 잔등을 타고 숲을 누비며 밀려오는 많은 생각, 잠시 수백년전 말을 타고 이 숲을 누볐을 이름없는 인디안 부족의 한 무리를 상상하며 말 잔등에 살며시 몸을 내려 놓았습니다. 말과 사람들의 아름다운 조화, 이 건장한 말들이 나를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잘 훈련된 말들이라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숲을 느릿 느릿 말과 같이 걸으니 어느새 친구가 되어버립니다.

  하늘을 덮어버린 끝을 알 수 없는 소나무 숲을 따라 진한 송진 냄새를 맡으며 아름다운 숲을 느릿 느릿 말과 같이 누비니 어느새 말은 나의 친구가 되어버린 듯 나의 생각을 너무나 잘 읽어버립니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듀엣을 숲 속에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가슴 풍경을 맑은 물감으로 덧칠해가며 써가는 5월의 마지막 수채화는 너무나 바쁘게 지냈던 5월 한 달의 커다란 쉼터가 되어 비버밴드의 여유로움을 한껏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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