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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Jun 06. 2022

클락 가든(Clark Gardens)에서 오월을 만나다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오월이 돌아왔습니다. 쉼없이 달려온 지금, 이곳 달라스에는 싱그런 꽃 내음과 더불어 푸른 싹 사지에 돋아나는 생명의 흔적들이 대지를 요동치고 있습니다. 애교 떠는 강아지처럼 대지를 훑어가는 오월의 푸른 하늘은 때로는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변덕스런 날씨에 가끔은 짜증을 부릴 때가 있지만, 피어나는 오월의 꽃들 한 가운데서 행복을 만나기도 합니다. 연약해 보이기만 하는 작은 꽃들이 창문 앞 작은 정원에 아담하게 피어 있고 오락가락 하는 봄날의 예측 할 수 없는 날씨임에도 그 색깔을 비추는 결단을 하는 것은  그 생명의 강인함이 그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 수없이 많이 텍사스를 수놓은 야생화의 멋진 향연과 더불어 곳곳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름 모를 꽃들이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그토록 아름답던 블루버넷의 추억은 사월의 절정을 경험하고 뒤로 하였지만, 오월이 되면 모든 식물의 푸른 꿈이 꽃망울을 톡톡치고 만개하는 계절이 됩니다. 그래서 나는 이 계절이 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문명이 붙여놓은 가든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가능하면 자연 그대로 머물고 싶은 아름다운 꽃들의 군락이 대지를 덮고 있는 곳입니다. 


   달라스에서 20번 하이웨이를 타고 포트워스(Fort Worth)를 지나 서쪽으로  1시간 정도 달려가면 웨더포드(Weatherford)로 향하는 180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180번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계속 서쪽으로 가다 보면 Lake Mineral Wells State Park를 만나기 전에 오른쪽으로 클락 가든(Clark Gardens) 사인을 만나게 됩니다. 오른쪽으로 턴을 하여Maddux Road를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가든을 만나게 되는데 한적한 주차장에 겉으로 보면 숲 속의 트레일 코스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아직은 달라스 지역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덜 알려진 아름다운 가든입니다. 

   1972년 맥스 클라크(Max Clark)와 빌리 클라크(Billie Clark) 부부의 개인 정원으로 시작된 가든은 1999년에맥스와 빌리 클라크 재단을 설립하고 정원을 포함한 143에이커의 땅을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00년 4월 22일 클라크 가든은 대중에게 문을 열어 지금의 아름다운 가든이 되었습니다. 가든은 3월1일에 개장하여 7월3일까지, 그리고 9월2일에 개장하여 11월27일 까지 오픈합니다. 시간은 아침 8시에 오픈하여 오후 5시에 문을 닫으며, 일요일에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을 합니다. 들어가는 입구 왼쪽에 조그만 오피스가 있는데 거기에서 성인 9불, 시니어 7불의 입장료를 내고 가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연못과 잘 어울리는 분수대가 일품인 Channel 가든을 지나면 오른쪽 저 멀리 채플이 보입니다. 그곳에 들러 잠시 묵상을 하고 채플 밖으로 나와 White 가든에 오를 때면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클락 가든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Oxbow Overlook에 앉아 그 물결이 잔잔하고 투명하여 물고기 숫자마저 계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쉼없이 달려온 시간의 무게를 완전히 희석시켜버립니다. 잘 놓여있는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그 틈새에 간간이 정원사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 놓은 보다 자연에 가까운 정원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오랜 삶 속에 무수히 개조되었던 나의 내면세계를 다시 돌리고 싶은 간절함이 들기도 합니다.


   가는 곳이 한적 하여 오가는 사람 없는 아름다운 정원 안은 평화 그 자체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를 기둥 삼아 빙그레 돌아가는 오솔길 사이로 사이 좋게 줄을 맞춰 오월을 한껏 뽐내고 있는 철쭉, 그리고 깊은 향기를 품으며 가시 안고 피어난 붉은 장미꽃은 한 잎 두 잎 차곡차곡 수줍은 모습을 감싸며 이곳이 천상의 정원 임을 알립니다. 이토록 조용하면서 아름다운 곳이 있었던가? 오월의 꽃들이 열어주는 시간의 아침은 아름다운 이슬을 맺게 하고 따스한 봄날의 빛을 보고 자라난 인내의 시간들은 이토록 클락 부부가 꿈꾸었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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