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찬 Jan 20. 2021

거인들의 제국 ‘세쿼이어 국립공원’에 서다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시에라 네바다 산맥(Sierra Nevada)을 여행할 때면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닥이 보일 만큼 깨끗한 베스 호수(Bass Lake)를 끼고있는 옹기 종기 모여있는 조그만 산악 도시인 The Pines라는 곳에 머물곤 합니다.  

The Pines라는 마을을 품고 있는 베스 호수(Bass Lake)의 아침

 거대한  숲 속에 잠겨 청명한 하늘에 촘촘히 새겨진 별들을 헤아릴 수 있고 아침 일찍 물안개 피는 호수를 거닐며 지난 밤 잠시 이곳을 머물고 간 생명의 숭고함이 남긴 흔적들을 통해 자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울창한 숲에 가려 모습을 보일 듯 말듯 계절의 빛을 받으며 자연과 알찬 조화를 이루는 리조트들은 스쳐가는 여행자를 잠시 머물게 하고 이곳과 그리 머지않은 곳에서 미국 최고의 절경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The Pines라는 마을에 제가 묵었던 오래된 하우스입니다. 
집 옆으로는 이렇게 반가운 철쭉꽃이 고향의 향수를 일으킵니다.

  알래스카 주를 제외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14,505 피트 (4,421 m)의 휘트니 산(Mount Whitney)이 위치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캘리포니아 주와 네바다 주의 경계선을 구분하여  남북으로  400마일(640km)정도 길게 뻗은 산맥입니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죤 무어 트레일(John Muir Trail)과 같이 너무나 우리에게 알려진 트레일 코스와 더불어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 킹스 캐년 국립공원(Kings Canyon National park), 세쿼이어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 등 미국을 대표하는 국립공원들과 더불어 수많은 명소들이 산재해 있어서  이곳을 여행할 때마다 어느 곳을 먼저 가야할 지 늘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하는 곳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인 자이어트 세콰이어 나무를 화필 삼아 화강암 봉우리를 청명한 물속에 뿌려놓고 거대한 그림을 그린 산수화를 대지로 흘려 보내는 상상할 수 없는 이곳의 풍경은 미국 최고 중의 최고 여행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콰이어 국립공원으로 가는길에 대표적인 농업 도시인 프레즈노(Fresno)에 있는 오렌지 농장입니다.

  아침 일찍 The Pines를 출발하여 41번 도로를 따라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농업 도시인 프레즈노(Fresno)로 향했습니다. 프레즈노는 미국 최대의 농업 도시 중에 하나로 세콰이어 국립공원은 여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프레즈노에서 180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운전을 하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오렌지 농장의 향연이 밤새 이슬을 품은 채로 신선한 아침의 태양을 받고 풍성한 수확의 계절을 기약하며 창가를 스쳐 지나갑니다. 아슬아슬한 산악 도로를 만나게 되고 프레즈노로부터 1시간 정도 운전하여 산의 정상에 오를 즈음 거인의 제국에 들어선 것처럼 높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세콰이어 나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들어내며 공원 매표소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부터 거인들의 제국인 세콰이어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세콰이어 국립공원 입구입니다.

  매표소에서 자동차 한대 당 입장료 35불을 내면 7주일 동한 쓸 수 있는 패스를 살 수 있습니다. 팁으로 80불을 지불하여 미국의 국립공원 애뉴얼 패스(The National Parks and Federal Recreational Lands Annual Pass)를 구입하면 미국의 국립공원 전체를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3분 정도 동쪽으로 운전을 하면 왼쪽으로 180번 도를 따라 계속 운전을 하면 킹스 캐년 국립공원을 만나게 되고, 오른쪽으로는 세콰이어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유일한 도로인 198번 도로 제너럴스 하이웨이(Generals Highway)를 만나게 됩니다. 

거대한 나무 무리를 보며너 거대한 거인의 제국에 들어왔음을 느낍니다.

  자동차 속도를 줄이며 이곳을 운전하다 보면 거대한 나무 무리와 함께 깊은 계곡을 둘러싼 험한 산들과 동굴들, 그리고 높이를 알 수 없는 세쿼이어 나무들의 위용과 빚어내는 절경 속에서 감히 나무와 빗대어 만들어 낼 수 없는 겸손한 자신을 발견하며 내가 거대한 거인의 제국에 들어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275피트(84m)의 높이와103피트(31m)의 둘레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제일 덩치가 큰 셔먼 장군 나무(The General Sherman Tree)입니다.

  지난 1875년 유명한 자연주의자 존 뮤어에 의해 자이언트 포레스트(Giant Forest)라고 명명된 세쿼이어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은 1890년 빅트리(Sequoiadendron giganteum)를 보호하기 위하여 벤자민 해리슨 대통령이 법안으로 서명을 하면서 만들어진 미국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입니다.

자이언트 세쿼이어 나무가 곳곳에 있습니다.

 8,000그루에 달하는 자이언트 세쿼이어 나무가 살고 있는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이언트 포레스트 뮤지엄(Giant Forest Museum)에 들러서 먼저 이곳의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우선일 듯 싶습니다. 그리고 난 후 뮤지엄 옆의 빅 트리(Big Trees) 트레일을 따라 하이킹을 하며 세쿼이어 나무와 호흡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난 후 셔먼 장군 나무 트레일(General Sherman Tree Trail)을 따라 하이킹을 하다 보면 275피트(84m)의 높이와103피트(31m)의 둘레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제일 덩치가 큰 셔먼 장군 나무(The General Sherman Tree)를 만나게 됩니다. 

모로 락(Moro Rock)

  자이언트 포레스트 뮤지엄 앞에서 Crescent Meadow Road를 따라 남쪽으로 8분 정도 운전을 하면 하늘에 맞닿은 아슬아슬 한 모로 락(Moro Rock)을 만나게 되고 아름다운 크레센트 메도우(Crescent Meadow)로 가는 길에는 사진 찍기 좋은 터널 로그(Tunnel Log)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로로 드러누운 세쿼이어 나무에 자동차들이 지나갈 수 있게 터널을 만들어 놓았고 자동차로 이곳을 지나며 멋진 추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이곳에는 수많은 동굴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1918년에 발견된 크리스털 케이브(Crystal Cave)는 구불 구불 달려온 제네럴스 하이웨이의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온라인 혹은  롯지폴(Lodgepole) 또는 풋힐스 비지터 센터(Foothills visitor center)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후 동굴 투어를 하는데, 보통은 5월 말부터 시작하여 11월 말까지 가이드 동반 투어만이 허용됩니다.  

가로로 드러누운 세쿼이어 나무에 자동차들이 지나갈 수 있게 터널을 만들어 놓은 터널 로그(Tunnel Log)입니다. 5월에 갑자기 눈이 내렸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나무를 사이에 두고 한적하고 여유로운 공간의 미학을 가슴 속 깊이 품고 있을 쯤이면 높이 솟은 세쿼이어 나무가 만들어 낸 풍경은 자연이 얼마나 거대하고 아름다우며 특별한 가를 느끼게 됩니다. 긴 것 같아도 짧기만 하고 느린 것 같아도 빠르기만 한 시간 속에 인생을 던지우면서도 시간 없으면 사랑도 없고 자연의 위대함도 없다고들 합니다. 대부분의 나이가 2000년을 거뜬히 넘긴 세쿼이어 나무를 보면서 붙잡을 수 없는 세월이라 이야기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많은 풍랑을 겪으면서도 그들이 만들어온 자연의 공간 안에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온 생명체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캐논 비치의 명물 'Haystack Rock'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