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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Jan 21. 2021

'Going to the Sun Road'에 머물다.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몬테나 주와 캐나다의 앨버타주의 경계선에 위치한 글레이셔 국립공원을 여행할 때면 주로  6817 피트(2078 m) 높이에 멋진 스키장을 가진 빅 마운틴(Big Mountain)이 감싸고 있는 가장 특별한 스몰 타운 중의 하나인 몬테나 주의 화이트피쉬(Whitefish)를 베이스로 여행을 합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선정 ‘세계 25대 스키 타운’에도 이름을 올린 이곳은 미국의 가장 북쪽이며 높은 고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여름이라 해도 가을처럼 쌀쌀합니다. 물안개 가득한 화이트피쉬 호수(Whitefish Lake)의 신비스러움은 하늘을 뚫고 꼿꼿하게 서있는 침엽수림의 자태와 아침 일찍이 보트를 띄워 낚시를 하는 강태공의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하게 합니다. 그리고 어느 도시의 번화가 못지않게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들, 그리고 산행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잘 준비된 쇼핑센터까지 모든 시설을 갖춘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이룬 도시입니다.

빙하호수를 품고 있는 글레이셔 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의 장엄한 풍경입니다. 

  낮게 내린 아침 안개를 조심스럽게 뚫고 화이트피쉬의 메인 도로인 93번을 따라 남쪽으로 조그만 내려오면 왼쪽으로 40번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40번 도로를 따라 운전을 하면 2번 도로를 만나게 되고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서쪽 입구인 웨스트 글레이셔(West Glacier)를 만나게 됩니다. 웨스트 글레이셔는 시카고를 출발하여 글레이셔 국립공원을 지나 시애틀까지 2박3일을 달려가는 암트랙 노선인 ‘엠파이어 빌더(Empire Builder) 노선이 정차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산행을 준비하고 점검하는 곳으로 글레이셔 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의 메인 도로인 태양으로 가는 길인 고잉 투 더 선 로드(Going to the Sun Road)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을 아슬 아슬하게 이어가는 고잉 투 더 선 로드(Going to the Sun Road)가 실처럼 보입니다.

  1932년에 완성된 고잉 투 더 선 로드는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서쪽 끝인 맥도날드 호수 기슭에 위치한 서쪽 관문인 압가르 비지터 센터(Apgar Visitor Center) 에서 동쪽 끝인 세이트 메리 비지터 센터(Saint Mary Visitor Center)까지 이어지는  50마일 길이에  2시간 정도를 운전할 수 있는 산악 도로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가운데 하나로 불리고 있는 곳입니다. 겨울의 적설량에 따라 대개  6월 말 혹은 7월 초에 문을 열고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로 10월 중순 경에 길이 폐쇠됩니다. 또한 길이 비좁고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21피트가 넘는 길이와 10피트가 넘는 높이 차량과 8피트가 넘는 너비의 차량은 진입이 금지됩니다.

압가르 빌리지(Apgar Village)에 있는 카페와 기념품 가게들이 보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곰을 만나면 대응할 수 있는 '베어 스프레이'를 렌트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고잉 투 더 선 로드에는 주유소가 없기 때문에 웨스트 글레이셔에서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넣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파크 안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이 고잉  투 더 선 로드 드라이브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파크의 서쪽 맥도널드 호수 서쪽 기슭에 위치한 압가르 빌리지(Apgar Village)는 숙소와 기념품 가게, 그리고 레스토랑들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입니다. 만약 하이킹을 할 예정이라면 이곳에서 장비를 점검하시고 곰같은 야생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곰으로 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베어 스프레이(Bear Spray)같은 물품들을 구입하거나 렌트할 수도 있습니다. 

유서 깊은 빨간색 엔틱카인 레드 잼머(Red Jammer)가 고잉 투 더 썬 로드를 조심스레 달리고 있습니다.

고잉 투 더 선 로드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차를 운전하여 가는 것이지만 때로는 한꺼번에 많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차를 주차한 후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고잉 투 더 선 로드를 여행할 수도 있고, 역사에 관심이 있는 여행자라면 1930 년대부터 시작된 투어를 복원한 유서 깊은 빨간색 엔틱카인 레드 잼머(Red Jammer)를 이용한  유료 투어를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레드 잼머투어는 파크의 동쪽과 서쪽에서 출발하여 유명한  고잉 투 더 선 로드를 따라갑니다 

이른 아침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신비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맥도날드 호수

  공기만큼 투명한 맥도날드 호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압가르 빌리지를 출발하여 오른쪽으로 맥도날드 크릭(McDonald Creek)을 끼고 동쪽 방향으로 운전을 하면 맥도널드 크릭 오버룩(McDonald Creek Overlook)과 전망을 볼 수 있는 창이 뚫려 있는 명물 웨스트 터널(West Tunnel)을 만나게 됩니다.  도로는 점점 저지대의 삼나무 숲이 밑으로 내려다 보이고  오른쪽으로 Heavy Runner Mountain이 웅장한 자태를 가로지르며 툰트라에 이루는 고지대까지 깊은 계곡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이어집니다. 

절벽을 따라 여러 개의 갈래 길을 만들어낸 폭포가 고잉 투 더 썬 로드위를 지나고 있습니다.

  

절벽을 따라 아슬 아슬하게 고잉 투 더 썬 로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이 녹아 도로 옆 절벽을 따라 여러 개의 갈래 길을 만들어낸 폭포가 쏟아지는 위핑 월(Weeping Wall)이 있고 조금만 더 운전을 하면 세개의 아치로 만들어진 Triple Arches 라는 이름을 가진 1927 년에 큰 옹벽의 대안으로 설계된 독특한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게 됩니다. 다리를 지나 조금 더 운전을 하면 오벌린 밴드(Oberlin Bend)를 만나게 되는데  산양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벌린 밴드(Oberlin Bend)에서 산양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물길이 갈라지는 대륙 분수계(Continental Divide)인 로간 패스(Rogan Pass)

녹지않은 눈 틈새로 이름 모를 생명체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툰트라의 기운을 느끼고 있을 즈음,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물길이 갈라지는 대륙 분수계(Continental Divide) 사인과 함께 해발 6646피트(2025미터)에 위치한 로간 패스 비지터 센터(Rogan Pass Visitor Center) 에 도착하게 됩니다.  

로간 비지터 센터(Logan Pass Visitor Center)에 가면 미국과 캐나다의 국기가 나란히 있습니다. 

  이곳은 글레이셔 국립공원이 캐나다 국경과 캐나다의 워터턴 호수 국립공원(Waterton Lakes National Park)에 접해 있어 1932년에 두 공원을 합해 ‘워터턴 글레이셔 국제평화공원’으로 지정하였기 때문에 미국 국기와 캐나다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습니다. 또한  글레이셔에서 가장 유명한 왕복15마일의 트레일 코스인 Highline Trail이 시작되는 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Highline Trail코스를 찾아 이곳에 옵니다. 완주를 할 수 도 있지만 8시간 정도 걸리는 트레일이기 때문에 중간에 돌아오시는 백팩커들도 많이 있습니다.

 

로간패스 비지터 센터를 출발하여 동쪽 입구인 Saint Mary Visitor Center로 가는 고잉 투 더 썬 로드가 멀리 보입니다.

  로간패스 비지터 센터를 출발하여 동쪽 입구인 Saint Mary Visitor Center를 향해 너무나 환상적인 풍경에 취해버린 감정을 자제하며 조심스레 드라이브를 합니다. 미국 최고의 풍경이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되는데, 고잉 투 더 선 로드를 따라 오른쪽으로Saint Mary Lake의 풍경을 만날 수 있고 호수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섬인 와일드 구스 아일랜드(Wild Goose Island)를 만나게 됩니다.

수천만 년의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진 만년설과 함께 신비로운 현상이 인생의 모습을 그려낸 글레이셔 국립공원

 수천만 년의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진 만년설 모자 쓰고있는 산봉우리들이 자갈의 모습조차 보석으로 보일 만큼 투명한 호수에 비쳐질 때, 산과 물이 빚어낸 자연이라는 신비로운 형상이 그려낸 내 인생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너무나 투명하여 내 모습이 비친 호수의 모습이 나의 영혼을 읽을 만큼 아름답고 깨끗한 것은 그 속에 간직했던 삶의 어두운 무게를 깊은 물속으로 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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