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코비드19 유행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만큼 두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태평양의 망망대해에서 풍랑을 만나 방황하는 것과 같습니다. 존재에 대한 몸부림과 고민을 짊어지고 앞을 알 수 없는 끝없이 넓은 바다를 헤쳐나가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길에 대한 이정표를 만날 수 있습니다. 흠없이 맑은 파도 빛에 밝은 달빛을 투영하여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는 등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어디론가 목적을 모르고 달려가는 우리의 삶에 큰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하루하루 시간은 흐르는데 방향도 목적도, 그리고 삶의 속도도 마치 짙은 안개 속에 가려 인생의 착오를 경험하고 있을 때, 붙박이 등대가 되어 수많은 여행자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주는 등대는 진정한 사랑의 불빛입니다.
저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할 때면 그곳에서 캘리포니아 북쪽 해안을 따라 시애틀까지 이어지는101번 도로의 숨막히는 아름다운 절경들을 따라 북쪽으로 6시간 정도 운전을 하여 캘리포니아와 오레곤의 경계선에 있는 크레센트 시티(Crescent City)를 찾아가곤 합니다.
오레곤(Oregon)주에서 남쪽으로 20마일 떨어진 항구 도시인 크레센트 시티는 남쪽으로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 National and State Parks)이 있고 바다로 가면 22인치(56cm) 두께의 화강암 슬라브로 지어진 주황색 지붕에 하얀 색깔의 아름다운 등대 ‘배터리 포인트 등대(Battery Point Lighthouse)가 있습니다. 이 등대는 일반적인 등대와는 달리 조수에 따라 바닷길이 열려야만 건너갈 수 있는 등대이어서 더욱더 그 존재감을 더해 줍니다.
캘리포니아 최 북단에 있는 조그만 해양도시 크레센트 시티는 알라스카 대지진이 있던1964년에 대형 쓰나미로 도시 절반이 크게 파괴되었으나, 지금은 재건이 되어 해안을 따라 멋진 주택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해양 도시가 되었습니다. 도시는 오션 월드(Ocean World) 아쿠아리움, 크레센트 시티 하버(Crescent City Harbor)등 해양도시로서의 모습을 완전히 갖추었습니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조그만 운전을 하면 크레센트 시티 하버 사인을 지나면 도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Front Street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턴하여 Front Street를 따라 1마일 정도 가면 Lighthouse Way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왼쪽으로 가면 배터리 포인트 주차장이 있습니다. 여기에 무료 파킹을 하고 작은 등대섬으로 걸어갈 수 있는데 조수가 낮아졌을 때만 걸어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1856년에 지어진 배터리 포인트 등대는 크레센트 시티와 연결이 되어 있는 조그만 섬에 자리잡고 있으며 연안에서 6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아주 작은 바위섬에 있는 St. 조지 리프(St. George Reef) 등대와 더불어 캘리포니아의 최북단에 위치한 등대입니다. 이곳은 등대와 더불어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는데, 썰물에는 길이 생겨서 걸어서 들어갈 수 있지만 밀물이면 길이 바닷물에 막혀 조그만 등대섬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곳을 가려면 밀물과 썰물의 시간을 계산해서 방문을 하셔야 합니다.
바닷물이 빠진 해초 덮인 길을 지나 등대섬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바위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는 숨이 멎을 정도로 멋진 풍경과 더불어 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저 멀리 물안개에 가려 어렵게 얼굴을 내민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신비스런 고상함 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있습니다.
특히 봄에 온 섬을 뒤덮은 아이스 플랜트(Ice Plant)의 환상적인 분홍색 꽃은 너무 힘들어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모든 여행자들의 벗이 되어줄 것입니다.
등대에 도착하면 나사형 계단을 따라 등대의 램프실 까지 도착하는데 그 곳에서 전망을 360도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5 월 중순부터 9 월까지는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 투어를 할 수 있는 경우에만 대중에게 개방이 되고, 10 월부터 5월 중순까지는 월요일과 토요일에만 오전 10 시부 터 오후 4 시까지 여행자들에게 개방됩니다. 명심할 것은 조수가 매우 빠르게 진행이 되며 등대까지의 길이 빨리 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객은 방문하기 전에 조수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대에는 등대지기 숙소와 더불어 1850 년대 이후 남아있는 유물, 사진 및 역사적 문서가 전시되어있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등대를 빠져나와 잠시 석양을 기다리며 바위에 기대고 있을 즈음, 서서히 하늘을 닮았던 바다색이 점점 어두워지고 등대를 배경삼아 길게 드리운 계절의 그림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석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남은 모든 고민을 거두어 붉게 빠져버린 시간들이 아쉬울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리지만 금새 등대는 길을 두려워하는 여행자에게 밝은 빛이 되어줍니다. 그리고는 희망이라는 인생의 등대가 되어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암흑의 터널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한 줄기 찬란한 빛이 되어줍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견디기 힘든 슬픔과 좌절의 순간들이 끊임없이 우리를 노크하지만 희망이라는 인생의 등대를 보고 서서히 항해를 해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