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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Jul 29. 2021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점심을 리오그란데 고지에서 먹다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치메이요(Chimayo)를 떠나 76번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뉴멕시코의 기이한 풍경을 양 옆으로 보며 운전을 하다 보니 벌써 벌써 록키산맥 이름 모를 높은 봉우리의 웅대함이 나의 마음을 확 감싸고 있습니다. 다시 로컬도로 518번을 접어들어 꾸불꾸불 산행을 하다 보니 저 멀리 산 아래로 문화와 예술의 도시인 오늘의 목적지 타오스(Taos)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타페(Santa Fe)와 더불어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림을 그리며 갤러리를 형성하고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유네스코 유산의 찬란한 인디언 문화가 서려있는 타오스 프에블로(Taos Pueblo)가 있는 곳, 그리고 리오그란데 강을 가로지르며 형성한 협곡의 리오그란데 고지 브리지(Rio Grande Gorge Bridge)가 있는 타오스가 산 아래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수많은 예술인들이 인디언 문화와 융합을 하여서 살아가는 타오스의 모습

  꾸불꾸불 도로를 조심스레 도로를 내려가니 남쪽에서 리오그란데 강을 따라 쭉 올라온 68번 도로를 만나면서 자연스레 타오스로 들어가게 됩니다. 타오스 입구에 가면 이곳 지역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비지터 센터(Visiter Center)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타오스에 관한 수많은 자료와 정보들을 수집한 후 다음의 목적이 리오그란데 고지 브리지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68번 도로를 따라 수많은 갤러리와 쇼핑센터로 가득차있는 타오스 중심부를 통과하여 북쪽으로 10분 정도 운전을 하면 64번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왼쪽으로 턴하여 10분 정도 운전으로 하다 보면 잡목으로 무성한 삭막한 광야 위에 장식물 하나 없이 너무나 평범한 조그만 다리가 보이는데 이곳을 지나가는 순간 상을 초월할 만큼 깊고 험한 협곡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깊이 650피트의 미국에서 5번째로 높은 다리가 리오그란데 강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이곳는 영화 '터미네이터4'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깊이 650피트의 미국에서 5번째로 높은 다리, 멕시코만까지 흘러가는 긴 리오그란데를 감싸며 물과 풍화작용에 의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고 험하게 파인 깊은 계곡, 영화 ‘터미네이터 4’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타오스를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꼭 들려서 협곡의 장대함을 몸소 느끼며 멕시코 만을 향해 끝없이 흘러가는 리오그란데강에 우리의 삶의 동체를 내어버리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계곡을 따라 길게 놓여진 파크에는 나지막한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천길 낭떠러지를 공유하고 이곳에 앉아 리오그란데의 멋진 장관을 감상하며 점심을 먹어봅니다.

  다리건너자 마자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피크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계곡을 따라 길게 놓여진 파크에는 나지막한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천길 낭떠러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동쪽 저 멀리 보이는 로키산맥의 긴 행렬,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잡목과 끝없이 펼쳐진 뉴멕시코의 광야, 그리고 그들 사이에 마치 다른 어느 행성을 상상할 만큼 기이하면서 리오그란데 고오지의 멋진 장관….. 이곳을 방문하고 싶은 분들은 이곳에 올 때 점심시간으로 스케줄을 맞춰 점심을 준비하여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어보는 것도 멋진 여행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달라스에서 경험할 수 없는 미묘하면서 멋진 장관과 같이하는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천길 낭떠러지를 밑으로 다리를 건너며 먹는 디저트란 어쩌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점심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멕시코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슬아슬한 리오그란데 고지 다리를 지나며 깊은 생각에 잠겨보기도 합니다.

  뉴멕시코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곳에 들러 많은 것을 느끼고 간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여기 이름 모를 바위에 서서 떨어지는 뉴멕시코의 석양을 감상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추운 겨울날 소용돌이치며 몰아치는 계곡의 바람을 앞에 두고 험난한 삶의 여정을 끝없이 펼쳐진 광야와 그를 감싸는 황혼의 햇살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하며, 어떤 이는 혼자 걷기에는 너무 아슬아슬한 다리를 건너며 깊은 삶의 무게들을 다리 밑으로 던져버리기도 합니다. 

문명을 거부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조그만 인디언 공동체인 타오스 프에블로(Taos Pueblo)

  우리 일행은 다리를 건너며 다음 여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오스 프에블로(Taos Pueblo), 문명을 거부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조그만 인디언 공동체, 21세기 미국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18세기의 미국으로 회기 할 수 있는 시간, 어쩌면 그들의 영혼은 지금 이 시간에 그들의 삶이 터전인 리오그란데의 한 협곡에서 그들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가 걸었던 길을 다시 정리하고 쓸쓸히 사라져간 그들의 삶을 슬퍼하며 참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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