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가끔은 삶이 양 어깨를 짓눌러 주저 앉고 싶을 때 찾아가는 산이 있습니다.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쉬지 않고 달려가는 대륙의 창가는 어느덧 이곳이 강원도 깊은 산속으로 접어들었다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산 정상에 올라 확 트인 세상의 모습을 바라보며 응어리진 마음을 조각조각 내려놓습니다.
이곳 산 정상에 서면 항상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하고”로 시작하여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로 끝나는 1980년대 중반의 한국의 상황과 너무 잘 어울려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한계령’이란 노래입니다. 그 당시 상황을 잘 묘사하듯, 가슴 시리도록 슬픈 멜로디 와 가사, 그리고 억압에 지친 무거운 민중의 어깨가 있습니다. 이처럼 슬픈 과거의 역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미국 산이라고 하면 아마도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 일 것입니다.
스모키 마운틴의 작은 도시 게틀린버그(Gatlinburg)를 지나 하늘을 볼 수 없을 만큼 깊은 숲과 골짜기를 따라 가면 곳에 이 엄청난 산을 감상할 수 있는 확 트인 곳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곳에 잠시 내려 가슴을 열면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높은 산, 골짜기엔 흐르는 물소리 뿐 그 고요한 적막이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을 만나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음악가가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체로키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인 ‘눈물의 길’(The Trail of Tears)은 미국 기병대에 쫓겨 피눈물 흘리며 스모키 마운틴을 떠나는 눈물과 죽음의 길이였습니다. 이처럼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은 체로키 인디언들의 슬프고도 아픈 사연이 묻어 있는 산입니다. 우리가 80년대의 암울한 삶을 살아 가면서 ‘한계령’을 불렀듯이 그들은 추위와 굶주림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강제이주의 시간 속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습니다. 이처럼 인디언의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 속의 이미지가 투영된 곳이 스모키 마운틴인 것입니다.
게틀린버그에서 441번 도로를 따라 스모키 마운틴 쪽으로 30분 정도 운전을 하면 441번 도로의 정상인 Newfound Gap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는 테네시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경계가 되는 지점으로 스모키 마운틴을 지나는 길목 중에서 가장 높은 5048피트(1539m)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2,200 miles (3,500 km)길이의 아팔레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이 통과하는 지역으로 스모키 마운틴의 정상인 클링맨스 돔(Clingmans Dome)으로 가는 입구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Newfound Gap에서 Clingmans Dome Road를 만나면 여기에서 20분 정도 운전을 하면 스모키 마운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겨울에는 이 도로가 폐쇄되기 때문에 이곳을 오르려면 11월 이전에 오르는 것이 좋으며 미리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정상에 자동차를 파킹하고 30분정도 걸어 오르면 산의 정산인 Clingmans Dome에 이르게 됩니다. 이곳은 6,643피트 (2,025 m)로 스모키 마운틴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연중 맑은 날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은 곳입니다.
스모키 마운틴의 장점이라면 가능하면 자연을 파괴하진 않은 상태에서 최소한의 설비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어렵게 오른 정상에 서면 저 멀리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폰타나 호수(Fontana Lake)를 비롯하여 체로키 인디언 마을, 게틀린버그 등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산 아래 내려앉은 운무와의 조화는 죽은 이들을 땅에 묻으며 체로키 인디언들이 불렀던 영감의 노래가 묻어 있습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작사는 존 뉴턴 목사가 하였지만 원래는 이곳의 인디언 들이 불렀던 노래, 오늘날 체로키 인디언들이 이곳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면서 그들의 고단한 삶을 이곳 스모키 마운틴에 내려놓은 슬픔의 역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