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7월의 유난히도 잦은 비 덕분에 텍사스의 여름은 어느 여름보다 푸르고 싱그러운 계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다녀온 록키산의 작은 도시 아스펜(Aspen)에서 두 달 동안 열리는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잦은 비를 피하느라 이곳 저곳을 찾아 방황하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원래 7월의 아스펜은 거의 비가 없는 청명한 날씨인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비 오는 날이면 좋은 감성 가득하여 아이팟 속의 잔잔한 발라드 음악과 함께 진한 커피 한 잔과 더불어 기나긴 자신만의 여행의 길을 떠나게 됩니다.
자동차로 달라스를 떠나 지루한 텍사스의 대평원과 뉴멕시코를 지나고 16시간 정도를 운전하니 저 멀리 신기루처럼 그랜드캐년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 사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애리조나(Arizona)의 관광의 관문인 플래크스태프(Flagstaff)를 지나 오른쪽으로 애리조나의 최고봉인 험프레이 픽(Humphreys Peak, 12,635피트)을 가로지르고 평평한 사막지형을 가로지르다 보면 계곡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곳에 마치 지구를 둘로 갈라놓은 듯한 거대한 협곡인 그랜드 캐년이 위치해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협곡의 중앙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이 깎아 놓은 거대한 계곡이 미국 대륙의 남북을 나누며 수 억년 동안의 지구 이야기를 듣고 보며 속삭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랜드 캐년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에게 너무 친숙하여 미국을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찾는 곳으로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4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콜로라도 강의 급류가 만들어낸 대협곡으로 계곡의 길이는 277마일(445.7킬로미터), 평균 넓이는 10마일(16킬로미터), 깊이는 5,000 피트(1,500미터)나 됩니다.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중 첫 번째로 선정될 정도로 세계인에게 알려져 있으며, 미국의 국립공원 중에서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과 더불어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 중의 하나인 곳입니다.
그랜드 캐년은 협곡의 위치에 따라 3곳으로 나누고 있는데, 남쪽에 있는 것을 사우스 림(South Rim), 서쪽의 웰라파이(Hualapai)인디언 거주구역에 있는 것이 웨스트 림 (West Rim), 그리고 북쪽에 있는 것을 노스 림 (North Rim) 이라 하며, 하바수파이 인디언들이 사는 마을이 있는데 이곳을 Havasupai 인디언 마을 이라고 합니다. 일년 중 가장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곳은 접근성이 편리하고 각종 시설이 잘되어 있는 남쪽의 사우스 림 과 라스베가스에서 가까운 웨스트림 쪽입니다.
사우스림은 연간 약 5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로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입니다. 열차로 접근할 수 있는 이색적인 코스와 더불어, 비지터 센터와 숙박을 할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으며, 연중 개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여행자들이 가장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웨스트 림은 이글 포인트(Eagle Point)에 있는 유명한 유리 전망대인 스카이워크(Skywalk)가 있는 곳입니다. 이곳을 걸으면 1450미터 발 아래의 펼쳐진 협곡의 자연을 그대로 느끼며 스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사우스 림에서 215마일 떨어진 노스 림(North Rim)은 5월 중순에서 10월 까지만 개방하며 그랜드 캐년을 찾은 방문객의 10퍼센트만이 이곳을 방문할 정도로 여행자들에겐 많이 알려져 있지 않는 곳입니다. 사우스 림에 가면 세계적인 관광지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고, 노스 림에 가면 대자연의 한가운데 내가 서있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그랜드 캐년에서 가장 매력적이며 기억에 남는 것은 캐년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이지만, 가장 중요하고 값진 것은 협곡 양쪽 절벽의 암석에 드러나 있는 지구의 역사인 듯합니다. 지구에서 일어난 지질학적 사건을 광범위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단순히 거대한 협곡으로서의 가치만을 가지지 않게 하고 캐년을 따라 이어지는 협곡 안의 바위 절벽은 지구 역사를 고대부터 최근까지 차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천지개벽의 엄청난 역사를 엄청난 수 억년 동안의 시간의 여행에 따라 차근차근 이어간 암석층들의 형성은 콜로라도 강을 따라 만들어진 지구역사의 가장 큰 사건들을 이곳에서 목격할 수 있게끔 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