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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Dec 31. 2021

브라이스 캐년의 황홀함에 젖어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5월에 찾은 유타주는 무척 평온합니다. 아직 곳곳에 지난 매서웠던 겨울의 흔적들이 아직은 덜 피어오른 계절의 신비함 속에 마른 나무껍질 속에조차 맑은 물을 흐르게 하고 있습니다. 죽음 속에서조차 생명을 건져 올리는 자연의 위대함에 부끄러운 봄은 속살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유타주의 드넓은 사막지형에는 저무는 붉은 태양에 비친 대지의 다양한 색깔들이 태양을 하산할 차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촘촘히 이어지는 유타의 장관은 매일 저녁 붉은 태양을 맞이하며 다양한 색깔로 내일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유타주는 미국 국립공원의 중심지답게 상당한 규모의 5개의 국립공원들과 오래된 인디언의 유적들이 몰몬교의 문화와 더불어 대자연이 빚어낸 광대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Dixie National Forest 사인과 함께 Red Canyon을 지나게 되면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이 가까와진 것입니다


  유타의 남쪽에서 89번 도로를 따라 올라오다 보면 미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의 하나로 꼽히는 12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12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운전을 하면 Dixie National Forest 사인과 함께 Red Canyon을 지나게 되면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Bryce Canyon National Park) 사인과 함께 브라이스 캐년의 이정표가 나옵니다. 12번 도로에서 63번 도로를 만나 남쪽으로 가면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입구를 만나는데 25불을 내고 들어가면 맑은 남태평양의 바다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산호초와 같은 수억 년의 세월이 빚은 대자연의 조각품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신비한 자태를 간직한 채 우리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섬세하고 부드러우면 화려한 여성미를 느끼게 하는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브라이스 캐년은 웅장하고 남성미가 넘치는 자이언 캐년과는 달리 섬세하고 부드러우면 화려한 여성미를 자랑합니다. 1923년 국립기념물로서 보호지정된 지 1년 뒤인 192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몰몬교의 초기 정착자였던 에비니저 브라이스 (Ebenezer Bryce)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고 합니다. 각각의 스토리를 담은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섬세하게 놓여있고, 브라이스 원형극장(Bryce Amphitheater) 모양의 거대한 캐논 속으로 아름다운 조각품을 몰아넣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거친 풍화와 침식작용에 의해 세밀하게 다듬어진 바위는 수백만 개의 후두(Hoodoos)를 만들어 냅니다.

  브라이스 캐년의 특징은 섬세함에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거친 풍화와 침식작용에 의해 세밀하게 다듬어진 바위는 다양한 모습으로 신비로운 분홍빛 절벽을 만들었으며, 수백만 개의 후두(Hoodoos)라 불리는 바위기둥들이 오랜 세월을 외로움으로 견디며 유타의 또 다른 얼굴을 만들었다. 후두 사이에 외롭게 자리잡은 고목은 세월의 흐름을 감지라도 한 듯 긴 팔을 아래로 품고 지나가는 여행객의 그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첨탑 사이에 황금빛 협곡이 만들어지고 세월이 지나면서 만들어진 바위의 신비스러운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미국의 최고의 캐년으로 꼽는지 이해할 만합니다.


선라이즈 포인트(Sunrise Point)에서 바라본 브라이스 캐년

  

캐년에는 선라이즈 포인트(Sunrise Point), 브라이스 포인트(Bryce Point) 등 수많은 전망대가 있으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강인한 어머니 형상의 후드의 모습은 온갖 풍파에 시달린 여린 모습의 타워지만 수억 년을 견디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모양이나 이름도 다양하여 월 스트리트(Wall Street), 걸리버의 성(Gulliver's Castle), 타워브리지(Tower Bridge) 등과 같은 흥미로운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난이도 등급에 따라 구분된 수많은 하이킹 코스가 있는데, 각자의 시간이나 체력에 맞게끔 하이킹 코스를 선택하여 꼭 도전해보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또한 Full Moon Hike 프로그램에 사인을 하여 달밤에 비쳐진 아름다운 브라이스 캐년의 다양한 색깔을 가슴에 담을 수 있습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은 마치 어머니를 연상케하는 수많은 트레일 코스가 있습니다.

  

브라이스 캐년에서 느끼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은 마치 어머니를 연상케 합니다. 그 거대함과 섬세함으로 몸과 마음이 빨려 들어가며, 아름다운 향내 나는 꽃을 피우지 못하는 메마른 대지 위에 있지만 우리를 깊은 내면 속으로 포옹할 수 있는 포용력은 세상을 품은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오랜 세월 깊은 깊이 패인 주름 가득하지만 그 아름다움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곳이 브라이스 캐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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