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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Dec 31. 2021

브라이스 캐년의 길목 레드 캐년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텍사스에 찾아온 5월의 긴 장마는 텍사스를 벗어나 유타주의 높은 고도에 있는 산악지역에는 간간히 찾아오는 눈으로 마치 깊은 겨울을 연상할 만큼 차갑고도 시린 5월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텍사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의 온 지역이 변덕스런 날씨에 예측할 수 없는 기후와 함께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한 날씨를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6월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직도 이곳은 겨울이라니…….… 호호거리는 손등을 붙잡고 펼쳐진 광활한 유타주의 풍경에 넋을 잃으면서도 달라스에선 경험할 수 없는 깊은 겨울의 내음을 느끼고 나니 마치 이곳이 나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는 아름다운 세계인 것입니다. 

딕시 국유림(Dixie National Forest)의 시작과 함께 레드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이 시작됩니다.


   자이언 캐년에서 구불 구불 9번 도로를 따라 한참 동쪽 입구로 나가니 남쪽 애리조나 멀리서 올라온 89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89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50분 정도 운전을 하면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 사인과 함께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12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길 양 옆으로 딕시 국유림(Dixie National Forest)이 펼쳐지는데, 바로 이곳이 정열적으로 붉은 빛의 협곡을 만날 수 있는 레드 캐년(Red Canyon)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브라이스 캐년 가는 길에 12번 도로 위에서 환상의 캐년을 만난 것입니다. 


   이곳을 여행했던 많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레드 캐년은 브라이스 캐년을 먼저 본 후에 찾아오면 감흥을 느낄 수 없다고…… 그래서 레드 캐년은 브라이스 캐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는 경향이 많은데 아마도 규모의 차이에 의해 그러한 평가를 내리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규모만 작을 뿐 브라이스 캐년 보다 훨씬 깊고 강렬한 색상을 가지고 있는 캐년이 바로 레드 캐년입니다. 비지터 센터가 있고 Pink Ledges, Hoodoo, Birdseye 등 많은 트레일 코스와 하이킹 코스를 가지고 있어 인근의 자이언 캐년이나 브라이스 캐년 못지않게 멋진 여행 코스 중의 하나입니다. 


  브라이스 캐년 처럼 지명도가 있지 않기 때문에 보다 한가롭고 여유로운 트래킹이나 캠핑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이곳을 찾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또한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크로스 컨트리 스키 트레일도 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년 내내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주변에 잘 정비된 캠프 그라운드(5월부터 10월초까지 오픈)도 있는데, 이 곳의 입장료는 무료이며, 반드시 비지터센터에 방문하여서 여러 정보를 얻은 후에 이곳을 둘러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12번 도로 위를 따라 아치형으로 이뤄진 2개의 사암터널을 만나게 됩니다.


   12번 도로 위를 따라 아치형으로 이뤄진 2개의 사암터널은 레드 캐년위에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 샌드스톤을 뚫어 터널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명소가 되어 이곳을 찾는 사람마다 연신 카메라 셧터를 누르게 됩니다. 브라이스 캐년과 캐피톨 리프 내셔널파크를 보기 위해 반드시 이 길로 통과하게 되는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레드 캐년의 아름다움은 처음 이곳을 보는 사람들은 반드시 짧은 시간이라도 이곳에 정차하게 만들곤 합니다. 도로 양 옆으로 붉은 색을 띤 토사와 함께 기묘한 암석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이를 통과 하면 이곳에 처음 이주하여 살았던 개척자 에비니저 브라이스(Ebenezer Bryce)의 성을 딴 수만개의 섬세한 첨탑을 가진 여러 개의 반원형 극장의 집단과 같은 모습의 브라이스 캐년의 입구를 만나게 됩니다. 


레드캐년으로 들어가면 도로 양 옆으로 붉은 색을 띤 토사와 함께 기묘한 암석들이 줄을 잇습니다.


  침식에 의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자연 원형극장 (Amphitheater)의 모습에 가까우며 '후두(Hoodoo)'라 불리는 지형이 종유석과 유사한 바위 형태를 만들어 빨간색, 노란색, 갈색 형태의 빽빽한 바위 숲을 이루어 레드 캐년에서 브라이스 캐년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Bryce Canyon Nation Park)을 이루게 됩니다. 미국의 어느 캐년보다 섬세한 붉은 바위가 대지를 수놓고 빼곡히 박혀있는 속살을 보고 있노라니 그 깊이를 가늠하게 합니다. 온화하고 겸손한 자연의 자태를 가슴속으로 쓸고 나니 갑작스레 찾아온 5월의 추위도 따스함으로 차갑던 마음을 녹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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