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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낙형 Nov 25. 2019

스타트업, 화성에서 살아남기

영화 '마션'에서 발견한 스타트업의 생존 법칙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다. 원래 영화 '마션'이 개봉했던 4년전에 썼던 글인데, 요즘 주변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지인들과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 여기에 다시 가져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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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만난 선배님의 추천으로 '마션'을 보게 되었다. 원래 또 맷데이먼 구하기야? 라는 정도의 생각에 큰 관심은 없던 영화였는데, 선배님이 마션이라는 소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 지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1명의 천재작가가 만들어내는 스토리가 아닌 인터넷시대의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의 결정판이라고 하시는 데 확 구미가 당기더라.  


근데 정작 영화를 보고나니 영화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서 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혼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떠올랐다.


(스포일러 주의!!)


1. "자신이 죽을 것이라 생각되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어느새 생존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


와트니가 지구로 돌아와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시작하면서 하는 대사이자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설명해주는 대사이기도 하다. 제대로된 팀원을 못구해도 망하고, 제품을 잘 못만들어도 망하고, 투자를 못받아도 망하는 스타트업의 상황은 정말 화성에서 온갖 죽을 이유들에 둘러싸인 와트니의 처지와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I'm not gonna die here."를 되뇌이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 아닐까.


2. 당신을 도우려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부족한 것들을 채워가라.


와트니가 통신을 복구한 것은 물론 외로움을 달래고 자신의 생존을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목적이 더 크긴 했지만, 통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와트니가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필수 스킬들을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와트니 혼자만의 지식으로는 절대 할 수 없었을 많은 일들이 지구에 있는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가능해졌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하는 상황이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열고 (첨엔 해석하기도 힘든 16진법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으로라도) 내게 필요한 지식들을 배워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3.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식량을 계산해라. 그리고 그것을 컨트롤해라.


지구로부터 보급선이(투자금) 도착한다 하더라도 그 전에 내가 굶어죽어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자원을 측정하고 그것을 잘 분배해서 사용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와트니가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식량을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다. 스타트업이라면 내가 갖고 있는 식량(초기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정확히 계산하고 그것을 위해 식단(비용)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4. 한가지 계획이 실패한다고 모든 것이 끝장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처음에 NASA에서 쏘아올린 보급선이 폭발해 실패했을 때 이제 와트니에게는 굶어 죽을 일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에 '리치 퍼넬 기동'이라는 도박적인 방법이 검토되었고, 중국이라는 새로운 협력자도 나타나서 결과적으로 원래대로라면 4년 걸릴 와트니의 구조가 2년으로 단축될 수 있었다. 지금 온 힘을 다해 준비하고 있는 무언가가 실패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걸 계기로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으니 좌절하고 포기해서는 안된다.


5. 유머 감각을 잃지 말 것.


물론 영화를 재밌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주인공이 그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그 상황을 견뎌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결국 와트니의 강철멘탈이 없었다면 그 긴 기간을 버틸 수 있었을까? 자신이 죽게 되더라도 자신이 남긴 비디오로그를 보면서 누군가가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그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을 것 같다. 정말 자기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이언맨' 드립이라니...ㅎㅎ 유머는 주변사람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힘을 주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다.


ps. 그래서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것도 2번의 이유로 I'm Alive! 라고 외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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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상황이 4년전과는 또 다른 이유로 쉽지 않은 처지이지만,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주변사람들과 소통의 채널은 계속 열어두려고 한다.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하는 게 자존심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힘든 상황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만나 객관적인 조언을 들으면서 해야할 일이 명확해 지고 있는 느낌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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