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는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BM에만 의존해버린 결과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AKB48이 인기가 떨어져서 올해 연말 홍백가합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현상에 대해 분석한 글을 보게 되었다.
https://bunshun.jp/articles/-/42515
AKB48이 오와콘(끝나버린 컨텐츠)가 되어버린 4가지 이유라는 타이틀인데, 내용을 요약하면
1. 음악 순위 집계방식이 바뀌어서 CD매상 비중이 줄고, 스트리밍처럼 대중적으로 많이 듣는 음악들의 순위가 높아짐.
2. 인기 멤버들의 졸업 후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지 못함. (재능있는 인재들이 다 K-POP 그룹으로 빠져나감)
3. 소속사의 관리운영 미숙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
4. 코로나로 공연장(악수회)를 열지 못하니 CD도 안팔림. 노래가 좋으면 스트리밍으로라도 많이 들을텐데.
2부에서는 왜 J-POP은 한국에 완패했나? 라는 타이틀로 AKB상법을 비판하는데
지난 10년동안 오타쿠층을 대상으로한 매출 BM에 몰빵한 나머지, 일본 아이돌 그룹의 실력(노래,춤 등)이 점점 줄고 있었는데, 실력으로 무장한 니쥬(JYP가 키운 일본인 걸그룹)같은 K-POP 아이돌이 등장하니까 이제는 이런 음악적 실력은 없이 오타쿠층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론 한계가 왔다는 이야기. K-POP 그룹처럼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진짜 실력을 키워서 오타쿠층이 아닌 대중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글이 끝난다.
글을 보면서 재밌었던 포인트는, 역시 집계방식이 바뀌면 인기랭킹도 바뀐다는 사실. 싸이는 빌보드 1위를 못했지만 지금 BTS는 1위를 할 수 있는 이유가 유튜브 스트리밍 횟수가 그땐 반영이 안되었고, 지금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남스타일이 초대박을 쳤는데도 1위를 못해서 비판이 일자, 빌보드 집계에 유튜브와 SNS 조회수를 넣기 시작했다고 함. 덕분에 요즘은 TikTok이 빌보드 순위를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되긴 했지만.)
그리고 K-POP 그룹에 인재를 다 뺏기고 있다는 얘기도 신기했는데, 그도 그럴게 일본 아이돌들은 월급제(?)로 운영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박봉+중노동에 시달리고, 돈이 아티스트에게 돌아가지를 않는다는 건 많이 알려진 이야기. 게다가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오타쿠 만나서 애교부리며 악수 열심히 해서 인기관리를 하는 데 소모하니... 춤과 노래가 좋은 제대로 음악하고 싶은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K-POP 소속사들을 택하는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반면 K-POP 그룹들은 한때 천편일률적인 음악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었지만, 번 돈을 계속 음악에 투자해서 지금은 전세계의 잘나가는 작곡가들 모셔다가 음악을 만들고 있으니, 음악의 퀄리티가 현세대 POP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수준까지 온 게 아닐까 싶다. (참고로 BTS의 Dynamite 는 미국 인기 보이밴드 Jonas Brothers 랑 히트곡 많이 쓴 작곡가의 작품.) 거기에 한국 아이돌들의 엄청난 연습량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정도이니.
결국 BM으로 돈 버는 건 잠깐이고, 본질인 음악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한계가 온다는 교과서적인 결론이지만, 게임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AKB 관련된 글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갈라파고스라고 신기해 했던 일본 음악시장도 장기적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피해갈 수 없었던 거고, 글에서는 K-POP을 2020년대 글로벌 시대를 여는 흑선에 비유했는데, 90년대 J-POP을 동경하며 성장한 나같은 아재에게는 뭔가 감개무량+상전벽해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