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26
내년이 되면 계란 한 판이 되는 저는 Product Manager로 사회에 첫 발을 들였습니다. 언제쯤 3~5년의 경력을 가질까 고민하던 게 엊그제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6년차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신기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이 경력에 맞는 역량을 가졌나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 걱정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올해 상반기에는 저를 돌아보는 회고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5년간 많은 경험을 하고 동료를 만나면서 좋은 인사이트를 수없이 얻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마치 한 손으로 모래를 쥔 것처럼, 실제로 손을 펴보면 대부분 흘러내려 남아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다가 이렇게 실행에 옮기게 된 계기는 최근에 팀장님과 했던 1:1 미팅 때문이었습니다.
2025년의 반이 넘어가기 전의 어느 날, 팀장님과 1:1을 했습니다. 제가 요청한 것은 아니고, 회사에서 상/하반기마다 체크인 미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 명분으로 진행했습니다. 이전 팀에 있을 때에는 그냥 잘 지내냐 정도의 인사만 하고 그룹웨어에 작성해야 하는 부분만 논의하다가 끝났습니다. 그래서 이번 팀에서도 비슷하겠거니 싶어서 가볍게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은 처음부터 노트북을 열지 않고, 제 눈을 마주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들은 과거의 경험과 달리 저를 위한 조언과 피드백이었습니다. 팀장님의 입장을 넘어, 먼저 시니어 PM이 된 직장인 선배로서의 피드백을.
30분 동안 진행했던 1:1에서, 팀장님은 저에게 제가 잘하고 있는 점 하나, 아쉬운 점 하나, 그리고 생각할 거리 두 개를 얘기해주셨습니다.
먼저, 내가 잘하고 있는 점 하나는 바로 "추진력"이었습니다. 지금 회사에 있는 PM들 중에서는 단언컨대 가장 추진력이 빠르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일감이나 프로젝트를 맡길 때, 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다행이라고 느낀 부분은, 현재의 제 경력기술서와 포트폴리오에 "로켓추진력"이라고 퍼스널 브랜딩을 했기 때문입니다. 나름 브랜딩을 잘 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아쉬운 점 하나는 바로 "퀄리티"였습니다. 빠르게 추진하고 해결하는 것은 좋으나, 그 과정에서 퀄리티가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했습니다. 근데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았던 것은, 답답한 곳을 긁어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나름 성과도 잘 나왔고 무탈하게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지만, 제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부족한 것인지 헷갈렸기 때문에 주변에 물어봤지만, 그저 "니 잘하고 있는데?" 정도의 입바른 말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말에 또 기분이 좋아서 무뎌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피드백을 듣고 '음?'이 아니라, '오!'가 나오는 수준이라면 이게 진짜 제가 원했던 답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온 생각할 거리 두 개는 "J 커브"와 "자기객관화"였습니다. 먼저 "J 커브"는 커리어적으로 확 꺾어서 성장하는 프로젝트나 경험을 찾아보라는 내용인데, 팀장님이 저를 봤을 땐 J 커브를 가질 프로젝트나 경험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J 커브를 그린 프로젝트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팀장님 입장에서는 애매하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나온 "자기객관화"는 본인의 객관적인 업무 capacity를 알아야 한다는 내용인데, 본인의 capacity를 모르면 건강도 악화되고 번아웃도 쉽게 올 거라고 했습니다. 이건 너무 공감했으나, 제 capacity를 알았다면 이미 내가 번아웃이 안 왔지
이런 경험과 생각, 인사이트들을 이제는 기록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제 속마음을 꾸밈없이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로의 일기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