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도메인도 바꿨습니다. 좀 많이 뜬금없는 분야로요.

by 하로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다행히 저를 좋게 봐주신 두 회사에서 합격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다른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제 역량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인정받으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네임밸류나 처우, 제품과 서비스 등 조건들이 나름 괜찮아서 솔직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행복과는 별개로, 이제 어떤 회사를 선택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아, 무조건 여기지!'라고 확신하기 어려울 만큼 두 회사 모두 장단점이 뚜렷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회사: 빠른 커리어 성장, 좋은 처우
두 번째 회사: 업계 1위, 영업이익 발생, 안정성


이렇게 정리하며 고민하던 중, 평소에 제가 의지하던 친한 형이 여러 자료와 함께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그 즉시 저는 두 번째 회사로 결정했습니다.



첫 번째 회사, 완전자본잠식이라던데?



커리어 초기에는 빠른 성장과 다양한 경험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6년 차에 접어들었고, 생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성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존 회사도 영업이익을 간신히 만들고 있었지만, 재무 상태가 괜찮아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전자본잠식 상황이라면 회사를 다니면서 계속 불안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두 번째 회사에서 Product Owner로써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 회사도 좋았습니다. 업계 1위였기에 네임밸류가 좋았고, 외부 시선도 긍정적이어서 이 회사를 다니는 것 자체가 명함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담당했던 도메인은 특수성이 있어 재밌었고, 회사 내에서도 해보고 싶은 도메인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에게는 독으로 느껴졌습니다. 특수 도메인이라 이직이나 커리어 발전에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 같았고, 회사의 네임밸류까지 더해져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3년 6개월을 다녔으니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근데 새로운 회사도 업계 1위라고 하고, 이전 회사도 업계 1위라고 했는데,
그럼 혹시 도메인을 바꾸신 건가요?



네, 맞습니다.


이번에 이직한 회사은 제게 세 번째 회사입니다. 앞선 두 회사가 O2O 영역에 있었다면, 이번 회사는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과연 IT 도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레거시 색채가 짙은 분야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경력을 알고 있는 지인분들이 “왜 하필 그 분야고 갔는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졌습니다. 특별히 준비했거나 관심을 깊게 가져왔던 도메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우연하게도 세 곳에서 포지션 제안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모두 이 도메인이었습니다. 첫 제안은 인터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연습 차원에서 수락했습니다. 두 번째 제안이 왔을 때부터 조금 의아했지만, 세 번째 제안까지 이어지고 나니 ‘이정도면 그냥 운명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이 도메인 내용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이 도메인이 흔히 말하는 ‘저점’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즘 시장 분위기에서는 AI가 아닌 분야는 다소 조명을 덜 받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미 일상 깊숙히 자리한 영역조차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지 제가 선택한 이 도메임은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직장의 기반을 지탱하는 필수재라는 면에서 보면 결고 대체될 수 없는 도메인이라고 느꼈습니다. 지금의 생각이 명확한 전략이 아닐 수 있지만, 이 도메인의 흐름이 가라앉아 있는 시기라면 오히려 지금 들어가는 것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물론 이런 감각적인 이유만으로 도메인을 전환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PO/PM 직무의 JD를 보면 도메인 지식은 필수보다 우대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 역량은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하고 정의한 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AI 도구 활용 능력이 더해진다면, 도메인 지식은 비교적 빠르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이 도메인에서 일해온 분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절대 가볍게 보진 않습니다 .다만 시장 전반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빠른 실행력과 검증을 반복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지금은 ‘도메인의 깊이’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와 방향성’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그 점을 실제로 증명해보고 싶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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