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강요 없는 직장을다니고 싶다.
술강요 없는 직장을
다니고 싶다.
직장생활 중 언제 힘들었는지 떠올려보니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렵지 않게 많은 상황이 기억난다.
바로 술자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사의 술자리는 편한 자리가 아니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때에 따라 사무실에서의 업무보다 더 힘들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끝없이 ‘제 2의 업무’ 거부에 도전했다. 억지 술강요 문화를 피하고자 무던히도 만들어 낸 갖가지 핑계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식 자리를 떠나 일찍 귀가할 수 있을 만한 여러 가지 이유들을 만들어 냈다. 그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적용해 본 핑계는 종교적 가치관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회식 자리 테이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
"나도 교회 다녀!"
"나도 집사야!"
"부장님도 장로님 아니에요? 김 장로님 한잔 하시죠!"
나도 그러니 너도 그래야 한다는 아주 낮은 수준의 강요 멘트가 오간다.
나와 같은 상황에 있던 직급의 동료들이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본다.
술잔은 이전보다 더 빠르고 자비 없이 돌아온다.
집사님, 장로님들의 술잔을 받으니 더욱 마음이 참담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술자리가 잡혔다. 오늘은 뉴욕타임스 선정 술잔 거부 사유 1위를 차지한 "저 요즘 한약 먹습니다."를 선보일 계획을 세워본다. 과연 오늘은 또 어떤 소리를 듣게 될까? 어차피 상황이 바뀌지 않을 거라면 가만히 있는 게 현명한 판단일까? 그래도 원치 않는 술을 계속 받아 마시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여기 한약 안 먹는 사람도 있나?"
“저도 방금 먹었어요. 컨디션이요. 성분표 보니까 한약재 들었던데?”(꼭 이런 재미도 의미도 없는 대사를 치는 진상 대리급 직원이 어디나 질량보존의 법칙 따라 최소 1명은 꼭 있지 않나?)
당연한 결과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전략이었다. 교회, 한약 드립과 함께 스러져 간 젊은이들이 4열 종대로 연병장 두 바퀴다.
"소주도 한약이지."
"한의사 말 다 믿지 말어. 그거 다 미신이야."
"약은 약사에게 술은 부장님에게. 한 잔 하시죠!"
10년 전 그날도 참신한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한약 핑계의 주인공이었던 나는 상사분들의 집중포화를 견뎌 내야만 했다. 내 몸과 마음은 다시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원치 않는 술에 잠식된 난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중엔 저런 상사들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했을까? 아니면 내 밑으로 들어올 친구들은 각오하라고 했을까?
‘과연 모두가 즐거운 회식 자리는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일단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누군가 그런 자리가 있다고 주장하면 가장 먼저 반박할 것이다. 적어도 난 보지 못했다며. 그래서 이번 출장 때는 그때 했던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날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끝나고 뭐 먹을까요?"
함께 업무 현장에서 철수할 시간이 다 되었음을 거듭 상기 시켜주면서 함께 메뉴를 고민하는 순간을 함께 즐겨보고 싶었다. 우리 앞에 주어질 순간들이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현재 업무 수행의 효율성은 더 상승할 수 있다. 이날 뿐 아니라 매일의 직장 생활도 매 순간 기대할 만한 시간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니 메뉴를 정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동료분도 있었을 텐데 너무 큰 과제를 드린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그래도 누군가 대신 생각해주는 동료들이 있기에 큰 부담은 없었을 것이다. 일을 할 때, 적성에 맞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된다. 적어도 함께 먹을 메뉴 정하는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신경 써서 결정했더니만 눈총과 불만을 쏟아낸다면 그것만큼 자괴감이 드는 일이 있을까?
이 역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