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상도"

소설

by 홍지현





“상업이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장사는 곧 사람이며, 사람이 곧 장사이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다.“


조선 후기 임상옥은 성실성과 타고난 안목으로 인삼 무역을 성공시켜 대상이 된다. 부자가 되어 아버지의 원한을 풀고 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했던 그는 전형적인 경제적 욕망을 위기가 닥칠 때마다 아버지로부터 교육받은 상도 정신과 석숭 스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선택한다. 자기의 손이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될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죽이는 칼이 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임상옥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기생을 살리지만 공금을 유용한 죄로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임상옥이 고민하는 이 장면을 현대 사람들에게 선택하라는 질문을 하면 과연 몇 명이 사람을 살리는 일을 선택할까? 자신이 가진 최초의 기회를 손해 보면서 선택하는 행동을 어리석고 이상주의자라고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것을 정의가 아니라고 반대하는 사회, 지방대 출신 의사보다 서울 수도권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은 의사를 선택하라고 협박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신용을 잃으면서 기생을 살리는 일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현대 사회에서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면 더없이 좋겠지만 최소 노력한 만큼 받을 수 있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재 대한민국은 미국처럼 전 세계 어느 자본주의 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야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속에 있다. 따라서 돈이 최고가 된 세상, 돈이 곧 권력인 세상 속에서 인간 존엄성과 다른 철학적인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이중적인 마음이 숨어 있다. 돈이 무엇이든 해결해 줄 것이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욕망과 그 속에서 느끼는 공허함, 좌절감, 모욕감이다. 야수 자본주의에서는 노력한 만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경쟁에서 승자만이 독식을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임상옥의 사람을 살리는 일을 선택하는 태도에서 현대의 우리는 무엇을 위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임상옥도 권력에 아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은 이로운 사람도 아니고 해로운 사람도 아니고 의로운 사람이라고 한다. 그 권력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뇌물의 액수가 아닌 사람의 마음 그 자체라고 한다. 또 마지막까지 타락한 권력에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경유착,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사람의 마음을 중심으로 생각한 상도의 정신을 비틀어 엿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임상옥에게 좋은 일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것을 바라보는 그의 경제적 상상력은 지금의 우리와 다르다.


“부귀는 사람의 욕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네. 반드시 하늘의 뜻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네. 내가 곡식을 심으면 지나가는 소도 곡식을 밟기는커녕 거름이 될 만한 똥을 한 무더기 남기고 갔네”

자연의 섭리란 무엇인가? 나의 운명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모든 자연과 우주가 공생하여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속에는 사람이 있고 자연이 있고 생명이 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의 생명을 짓밟지 않는 자세는 자연스레 열매가 되어 돌아온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는 사람의 존엄성은 물론이고 자연의 섭리까지 무시하며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경제적 욕망을 넘어서 탐욕의 시대이다. 우리나라 상위 1퍼센트가 차지하고 있는 자산은 26퍼센트이고 상위 10퍼센트가 66퍼센트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하위 50퍼센트가 2퍼센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탐욕을 보여주는 이 통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러한 상황을 만든 사회적 구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의 무지이다. 탐욕의 위험성과 부도덕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욕망의 유한함을 깨닫고 그 욕망의 절제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이야말로 하늘 아래 최고의 거부로 나아가는 상도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외부의 사물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나는 진정한 나 자신을 잃고 있었다. 마치 흐린 물에 반해 맑은 물을 잊은 격이다.“

임상옥은 거상이 되어 호화로운 저택을 짓고 반역죄를 지은 부모의 자식을 거두는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부와 권력을 함부로 사용한다. 인간이 돈을 만들고 지배하려고 했으나 돈으로 사람이 바뀌는 것, 사람을 낯설게 하는 것이 전도 현상이다. 돈과 권력에 종속되는 소외가 일어나게 된다. 가족, 친지들과 같이 살기 위해 집을 짓겠다는 처음 의도와는 달리 돈에 지배되어 호화로운 집을 짓게 된다. 그러나 스승의 가르침이 떠올라 채소를 키우는 시골의 늙은이로 생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부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여러 시련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반성하며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다는 지혜를 얻는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지를 하는 과정은 언제나 사람의 가르침이 있었다. 경제와 철학과 윤리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어느 분야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우리가 돈에 종속이 될지 지배를 할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상도> 책은 경제적 욕망을 돈 자체의 결핍과 충족으로 보지 않고 돈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철학을 담는 과정, 즉 내면의 철학과 욕망의 경쟁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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