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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Sep 04. 2023

자유롭게 떠나는 카라반 여행

구산 해수욕장


 바다가 좋아, 계곡이 좋아 질문에 당연히 계곡이지, 바다는 덥기만 해라는 대답을 했다. 바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일주일 여행을 계곡에만 있을 수는 없다. 이제 강원도를 떠나 바다로 가보기로 했다. 평일이기에 예약을 하지 않아도 자리가 충분히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반려견 동반과 카라반 가능한 캠핑장을 찾기가 어려웠다. 검색 중 울진 구산 해수욕장이 핑클이 캠핑카를 타고 촬영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TV에서 핑클의 캠핑카 여행을 잠깐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캠핑카 로망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촬영을 할 정도면 괜찮은 곳일 거라는 기대로 일단 가보기로 한다.



입구부터 핑클 촬영장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우와~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선은 바다의 색깔이 너무 예쁘다. 넓고 넓은 푸른 바다와 하얀색의 카라반이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뜨거운 태양은 반사광이다. 인생컷을 찍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일기예보의 동해안 태풍주의보라고 했듯이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분다. 그래도 합법적으로 카라반을 댈 수 있는 곳의 발견은 기쁨이다. 캠핑카 주차 금지라고 쓰여있는 해수욕장이 많다. 그런 곳은 모래사장에 텐트만 칠 수 있는 지형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모래사장 바로 위에 카라반을 댈 수 있는 주차 구역을 만들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조건 때문에 온다. 바로 앞에 해수욕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이 잘 되어있다. 휴가철의 막바지라 차가 많지는 않았다. 띄엄띄엄 차를 대고 있다. 우리도 가장자리에 주차를 하고 전깃줄을 연결하였다. 와~ 정말 이곳은 캠핑카 성지와 같은 곳이다. 우리는 바람을 맞으며 다른 이색적인 카라반도 구경하고 도로 옆에 텐트를 치는 장소, 매점, 샤워시설도 구경했다. 아예 카라반을 집처럼 장착하고 숙소처럼 이용하게 하는 장소도 있다.







속초부터 울진, 영덕까지 대게가 유명하다. 대게는 어떤 맛이냐면 비싼 맛이다. 나는 꽃게를 무척 좋아한다. 강화도 맛집까지 찾아가 먹을 정도이니까. 대게는 동해안의 맛, 꽃게는 서해안의 맛이다. 그런데 대게는 꽃게보다 훨씬 비싸다. 대게는 거의 쪄서 먹는다. 물론 이곳은 대게물회, 대게볶음밥, 대게 간장게장 등의 다양한 요리가 있었다. 살을 다 파먹고 나면 배가 고프다. 남편은 대게 라면에 더 진심인 듯 국물을 다 마신다. 나도 꽃게를 먹을 때 감자와 호박을 넣은 감칠맛에 반해 국물을 모조리 다 마신다. 꽃게든 대게든 게요리는 국물요리인 것이다. 바다의 깊은 맛을 딱딱한 껍질 속에 오랜 세월 장을 담그듯 간직한 그 맛은 국물을 우려내기에 딱 좋다. 어떤 재료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이다. 또 하얀 속살은 신기하게 비리지가 않다. 딱딱한 껍질은 바닷물을 중화시켰나 보다. 부드러운 살을 하얀 밥에 비벼 먹거나 내장 간장에 찍어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무엇이 밥이고 살인지 모르게 쓱쓱 비벼 먹다 보면 두 공기는 금방이다. 다양한 대게 요리를 먹다 보니 몇 겁의 깊은 바닷속에 잠수한 듯하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가 우렁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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