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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Jan 16. 2024

태국은 처음이야

삼만 마일리지 삭감이라고

남편은 출장을 자주 간다. 코로나 전에는 유럽으로 시장조사를 하거나 전시회를 보러 다녔다. 코로나 이후에는 유럽회사에서 동남아 베트남이나 태국으로 미팅 장소를 옮겨 계약을 하러 다녔다. 그러니 마일리지가 어마어마하게 쌓였다. 처음으로 가 본 태국이 좋은 이미지를 준 모양이다. 또 대한항공에서 삼만 마일리지를 삭감한다고 하니 우리는 무조건 떠날 수밖에 없었다.


영어가 아주 능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늘 자유여행을 했다. 또 남편이 출장 경험이 있으니 그 나라에 대해 조금 상식이 있어 그렇게 힘든 여행을 하지는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여행 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가 그래도 책 몇 권을 읽고 브런치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늘 그 나라의 관광지는 몇 개 고정되어 있다. 꼭 가야 하는 루브르 박물관처럼. 나는 또 그런 뻔한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태국의 유명한 수상시장과 기찻길을 제외시키고 터덜터덜 여유롭게 걷는 길거리 투어로 콘셉트를 정했다. 아주 느긋하고 느린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공항에 도착하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절로 난다. 나에게 크리스마스란 나이대로 달라진 것 같다. 10대에는 무조건 부모님에게 감동적인 이벤트를 선물 받는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였고 20대에는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외부세상의 크리스마스였다. 30, 40대에는 부모님에게 받은 크리스마스를 다시 나의 아이들에게 주는 나날이었고 지금 이 순간 나는 남편과 공항에 있다. 나의 아이들도 20대 크리스마스를 친구들과 만들어가고 있다. 명절연휴에  몇 만 명이 해외로 나간다는 뉴스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 여유롭게 구경을 하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겼다. 비행기에도 연속 캐럴이 울려 퍼진다.


grab 앱을 이용하여 택시를 타라는 "아무튼 방콕"의 저자의 말을 무시한 채 럭키 7 번호를 뽑아 공항의 택시를 이용하고 바가지를 쓴 채 호텔에 도착했다. 태국은 택시를 탈 때 흥정을 먼저 한다. 500 바트라는 말에 N0를 외치자 팔을 붙잡는다. 그리고는 미터대로 계산을 하는 우리에게 캐리어에게 가격을 붙인다. 두 개의 캐리어에 100바트란다. 우리는 어이없지만 넘어가주었다. 그냥 팁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불교의 나라 태국도 크리스마스가 있었다. 호텔 로비에는 커다란 트리와 함께 파티를 즐기는 분위기이다. 관광의 도시인만큼 크리스마스는 종교가 아닌 듯하다. 나도 종교인으로 늘 크리스마스를 즐긴 것이 아니니. 추운 날씨를 피해 6시간 비행기를 타고 30도를 웃도는 온도를 찾아온 이곳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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