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의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그림책

by 홍지현






"브레멘 음악대"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쓴 패러디 그림책이다. 첫장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직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택시 운전사 당나귀의 모습이 나온다. 다음으로는 식당 주인이 이사를 간다며 미안한 해고를 통보받는 바둑이의 모습이 그려지고, 인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편의점에서 어이없게 해고 당하는 야옹이, 노상에서는 두부를 팔 수 없기에 쫓겨나는 꼬꼬댁이 등장한다. 이들은 우리가 아는 브레멘으로 향하는 동물들이다. 신기하게도 그들을 해고하는 고용주나 말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소리만 들린다. 당나귀에게 통보하는 사장도 눈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꿈고개로 16번지 집에는 도둑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비관하고 보스에게 쫓겨난 현실을 슬퍼하고 있다. 그들은 같은 방에 모인다. 동물과 사람은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들의 공통점은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다. 아, 택시회사 동료들이 준 참치캔, 식당에서 받은 김치, 편의점에서 가져온 삼각김밥, 길거리에서 판 두부가 있다. 그들은 참치김치찌개를 만들어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다음 장에는 그들이 개업한 "오늘도 멋찌개" 식당이 나온다. 근데,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맛집 식당은 그들의 꿈이었을까?


아무리 다시 봐도 어디에도 브레멘으로 가자는 대사는 나오지 않는다. 제목에 왜 "브레멘"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이며, 또 왜 그들은 브레멘에 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일까? 다시 처음 면지로 돌아간다. 브레멘으로 가는 길이 표지판에 있지만 길이 끊겼다. 애초에 브레멘으로 가는 길은 없는 것이다. 도시의 거대한 광고판에는 브레멘이라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절찬 상영중이라고 한다. 브레멘은 실제 존재하는 것인가? 매트릭스처럼 가상의 세계속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인가? 브레멘은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이고 종교에서 말하는 이상향인 것인가?


누구나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현재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해도, 현대인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다 해도 우리는 미래를 위해 저축도 하고 연봉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인격의 나를 위해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를 바라본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는 더욱 미래와 이상향에 집착을 하게 된다. 그래서 떠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진로를 바꾸기도 하고 삶의 태도나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여러 명과 힘을 합쳐 새로운 희망을 우연히 발견한다. 바로 여기 희망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동료와 따뜻한 마음이 있는 곳이 우리가 찾던 브레멘이 아니었을까? 찰나이지만 그들의 꿈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굳이 떠나지 않아도 되었고 역설적으로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고 표현한 것은 아닐까 나의 해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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