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그림책

by 홍지현




모리스 샌닥은 그림책 최고의 거장이다. 이 책은 아이들을 키워본 부모들라면 거의 읽어줬을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와 이 책이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같다. 어린이의 감성이라는 가면을 쓴 교훈 투성이 그림책에서 어린이의 생각이 주체가 된 그림책이 탄생했다. 맥스는 밤에 못질을 하고 강아지를 괴롭히는 말썽을 피운다. 엄마는 "이 괴물딱지 같은 녀석" 하고 소리를 지른다. 맥스는 "그럼 엄마를 잡아먹을 거야" 라고 되받아친다. 아이들은 이 부분이 재미있나 보다.


아들이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어달라고 수 백번 이야기했다. 다른 그림책 사이에 이 책은 꼭 끼어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거나 뭔가를 못하게 하면 "엄마를 잡아먹을 거야" 라고 맥스처럼 말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느 날 여자아이가 놀러왔는데 그 엄마는 아들이 하는 소리를 듣고 엄청 충격을 받아 나의 눈치를 보며 우리가 무슨 문제가 있는 듯 걱정을 했다. 엄마를 잡아먹겠다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기절초풍할 노릇이긴 하다. 그렇다고 우리는 괜찮아요, 이 책 때문이랍니다라고 별일 아닌 일에 변명아닌 변명을 하는 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 내 머리 속에 남아있는 장면이다.


오랜만에 이 그림책을 보다가 새로운 질문거리가 생겼다. 모든 괴물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발 모양을 한 괴물이 하나 있었다. 맥스조차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을 가진 괴물 옷을 입고 있는데 이 괴물은 손은 날카로운 손톱을 가졌지만 발은 인간의 발이다. 왜 이 괴물만 이런 모습일까? 자세히 보니 처음에는 괴물들 사이에서 제일 끝에 서 있다가 점차 가운데로 나오고 나중에는 맥스 목마도 태우고 맥스가 잘 때 바로 옆에 앉아서 잔다.


그 괴물은 맥스 자아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혼나고 자기 방에 갇힌 맥스는 괴물 나라로 항해를 한다. 그곳에서 만난 괴물들에게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괴물들의 대장이 되어 신나게 논다. 맥스의 표정은 강아지를 괴롭히던 모습 그대로이다. 그러다 엄마처럼 밥도 안 먹히고 그만놀자며 괴물들을 쫓아낸다. 갑자기 쓸쓸하다. 싫증을 느끼며 집으로 떠난다고 말한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 마치 생각의자에 앉아 아이들이 생각하듯이, 맥스가 스스로 결정을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배에서 꼬리가 사라진다.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또는 그 괴물은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괴물 같은 녀석들, 이해가 되지 않아 한숨을 쉬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술을 마시고 쉬지도 않고 일하는, 재미없게 사는 어른들이 괴물처럼 보였을 것이다. 괴물들의 모습은 커다란 탈을 쓰고 있다. 어쩐지 어색하고 괴이하고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 맥스가 본 괴물같은 어른들이 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아빠, 엄마, 밤에 못질한다고 소리치는 이웃 어른들, 할머니, 할아버지, 선생님 등. 그 중 인간의 발 모양을 한 괴물은 엄마이다. 엄마도 괴물이지만 그래도 맥스에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발만이라도 인간의 모습을 가진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멀리에서 지켜보다가 조금씩 맥스 곁으로 와서 맥스와 신나게 논다. 그 순간은 모두 괴물성을 가진 인간이고 어른과 아이는동등하다. 한바탕 놀고 나니 모두 괴물성이 사라졌다. 카타르시스가 일어났다. 그러자 맥스는 엄마, 따뜻한 밥이 그립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항해를 하는 맥스는 진정한 아이의 모습이다. 그리고 아무리 잘못을 해도 집에는 따뜻한 밥이 남아있다. 아들이 나에게 억울하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소리친 모습은 내가 괴물처럼 보일 때이고 잡아먹는다고 동등한 입장에서 한바탕 마음을 표현했으니 시간이 지나 다시 안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림책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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