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의 여행"

그림책

by 홍지현





듀크는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난쟁이다. 오리건은 같은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곰이다. 어느 날 오리건은 오리건에 가야겠다고 말한다. 듀크는 조금 망설이다가 단호한 오리건의 태도에 데려다주기로 결심한다. 둘은 떠난다. 가진 돈으로 햄버거를 실컷 사먹고 기차표 2장을 사자 돈은 떨어졌지만 행복하다. 여러 사람의 차를 얻어 탄다. 트럭기사는 듀크에게 말한다. 여기는 무대도 아닌데 왜 아직도 삐에로 코를 달고 있냐고. 듀크는 이제는 살처럼 붙어있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눈 덮인 오리건에 도착하자 듀크의 삐에로 코는 떨어진다. 둘은 헤어진다.


분명 듀크와 오리건 둘의 여행인데 왜 제목은 "오리건의 여행"일까? 타인에 의해 원하지 않는 삶인 서커스단에서 일했고 그 서커스단을 나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에 오리건의 여행일 수도 있고 오리건은 듀크의 내면적 자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리건보다 듀크의 존재가 더 드러나보인다. 피부와도 같았던 듀크의 코는 왜 마지막에 떨어진 것일까? 저절로 떨어진 것인가? 듀크가 떨어뜨린 것일까? 자유는 타인의 시선에 두렵지 않는 당당한 상태이다. 타인의 시선을 받고 사는 무대 위에서 살았던 듀크는 자유롭지 못했다. 오히려 늘 두려웠다. 실수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또한 난쟁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직업이 한정적이어서 타인에 의해 서커스단에서 일했을 것이다.


그런 듀크는 단호한 오리건을 고향으로 보내주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부터 내면에 무엇인가 일어난다. 왜 그의 부탁을 순순히 들어준 것일까? 듀크가 떠나고 싶었을까? 오랜 친구 오리건을 오리건에 보내는 것은 그와의 이별을 의미한다. 이제 혼자 지내야 한다. 타인의 모습을 통해 나를 바라본다. 진정한 나의 모습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보인다. 자유란 타인에게 구속받지 않는 상태이면서 동시에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나로부터 벗어나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오리건과 여행을 하는 동안 나를 묶어두었던 두려움, 억압, 제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동시에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발견한다. 듀크는 삐에로의 듀크를 좋아하지 않지만 삐에로의 듀크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억압을 스스로 만들었다. 삐에로의 빨간 코는 여행을 통해, 타자의 시선을 통해 저절로 떨어진 것이면서 동시에 듀크 자신이 스스로 코를 떼어낸 것이다. 한자 我 (나 아)는 손에 창을 든 모습이다. 창으로 타자를 공격할 수도 타자와 연대할 수도 있다. 공격하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찾는 모습이 "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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