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아이들과 작별인사하기

by 홍지현

한 달 전에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해서 그만둔다는 말을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다음 달부터 수업을 할 선생님에게 학생들을 받을 기회를 주기 위함이고, 학부모들에게 한 달 동안 계획을 짜라는 여유를 주기 위함이었다. 일주일을 앞두고 갑작스레 수업을 그만둔다고 말을 하면 그들도 아이들 교육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전에 한** 프랜차이즈를 그만두고 나만의 학원을 차린다고 통보를 할 때 1,2, 3학년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들은 어떤 학원을 가야 하냐며 하소연을 했다. 나는 속으로 논술 학원이 그렇게 없나, 왜 나에게 하소연을 하나 좀 황당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계속 수업을 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을 텐데, 그리고 다른 과목 스케줄과 어긋나기도 하면 좀 곤란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 달 전에 미리 말한 것이다.

나에게 리스크도 있다. 한 달을 못 참고 그만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4명 정도가 그만두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서운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 얼굴을 못 보고 선물을 전해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나의 책을 선물을 주었다. <그때처럼 책을 읽을 수 있을까>는 아이들이 한 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하면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제 말도 썼어요? 하고 물어본다. 한 번 읽어보렴, 다온이가 한 말이 있는지 나는 그렇게 유도한다. 편지를 쓰면서 오랜 시간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이 떠올랐다. 중학생이 되는 친구들과 중학생들에게는 샤프를, 초등학생들에게는 수면 양말을 선물했다. 수요일부터 아이들과 이별을 하고 있다. 멀리 이사를 가는 것도 아니라 동네를 오가면서 분명히 볼 것이다. 셈에게 인사해야 해라는 말로 재미있게 이별을 했다. 그리고 학부모들과도 전화로 덕담을 나누며 서로의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나는 사실 학부모 얼굴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나도 대한민국 아줌마이지만 너무나 비슷하게 생겼다고 느낀다. 그래서 동네를 다닐 때 인사 없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점이 불편해서 오히려 동네에서 마스크를 쓴다. 식구들은 연예인이냐며 놀린다.

한 달 내내 아이들에게 작은 이벤트를 했다. 학원에 남은 연필, 지우개, 공책 등의 학용품을 주었다. 그날 가장 적극적으로 토론을 한 친구, 자신의 감정을 가장 많이 쓴 친구를 한 명 뽑아 주었다. 그리고 지구본, 달고나 세트, 물감, 우노카드, 나침반, 에펠탑 모형 등도 원하면 주었다. 아이들은 상품에 눈이 멀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수업을 했다. 원고지 다섯 장을 척척 써 내려갔다. 그런데 의외의 사건이 터졌다. 사람의 뇌는 좋은 일을 많이 겪으면서도 나쁜 일을 더욱 기억한다고 한다. 나도 기분이 내내 좋았다가 한 학부모 때문에 속이 상했다. 이벤트로 받은 선물은 새것이 아닐 수 있다. 그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요즘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세상에서 산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날도 학용품 선물을 주지 않고 달고나를 만들어주거나 떡볶이를 먹거나 한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세상에 당근 마켓으로 중고를 주고받는 이유는 환경을 생각해서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보다 필요한 사람이 쓰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당근을 사용한다. 중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니, 아이들에게 중고는 기분 나쁜 물건이란 말인가. 벼룩시장, 알뜰 시장을 이런 식으로 인식시키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정말 불쾌했다. 세상에는 참 별 사람이 다 있다는 말을 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지만 그런 사고방식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같이 공부를 하면서 우리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다. 아이들에게 먼저 가지고 싶냐, 필요하냐 의사를 물어봤고 요긴하게 쓰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헌 물건은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낀 모양이다.


성당 모임에서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로 대하는가 이야기를 나눴다. 봉사자님은 할머니들이 차린 음식은 깨끗하지 않아 비위가 상해 늘 거절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하루는 한 자매님이 당신은 입이 얼마나 고급이길래 할머니가 정성스레 차린 음식을 안 먹느냐 혼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고 한다. 우리가 모든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나도 무심결에 상대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나 반성하면서 상처를 씻어버렸다.

이전 05화다섯째, 큰 가구 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