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째, 열쇠 건네기

by 홍지현

남편은 연말에 휴가를 일주일 정도 쓴다. 나도 4주 수업을 서둘러한 후 크리스마스부터 일주일 정도 쉬게 스케줄을 맞춘다. 올해 일찍 수업을 마무리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인수인계한 선생님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넉넉하게 주기 위함이다. 인테리어 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수업을 마무리하고 창문에 걸려있는 지도 블라인더까지 모두 떼고 가구들도 모두 뺐다. 텅 빈 공간이 되었다. 가구들에 의해 숨어있던 공간은 은근 지저분하다. 이렇게 더러웠다니 생각이 절로 든다. 정수기도 빼고 인터넷도 해지하고 전기료도 정산했다. 오늘은 보증금을 받는 날이다. 임대인 할머니는 내가 7월까지 계약기간이므로 그 안에 사람이 들어오지 않으면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후임자를 데려왔기 때문에 임대인 할머니도 편하게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달 전 내가 지금 내고 있는 월세를 그대로 받을 것인지 물어봤다. 너무 올리면 다음 임차인이 안 들어올 수는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나는 늘 임대인에게 당당하게 굴었다. 처음 임대를 했을 때 이곳은 지저분한 창고와 같았다. 전에 쓰던 사람이 그대로 두고 간 것인지 관리가 되지 않았고 임대를 한참 동안 못했다고 들었다. 버스 정류장 앞 건물이라 이동 인구가 많고 간판 효과를 보기 좋은 곳이라 나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2주 정도 인테리어할 시간을 얻었다. 비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겹쳐 임대인은 나에게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5년이 흐른 어느 날 임대료를 올려야겠다고 전화가 왔다. 15만 원을 올린다는 말에 나는 그렇게 줄 수 없다고 그만두겠다고 말했고 임대인 할머니는 꼬리를 내려 10만 원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 나에게는 2만 원을 올린다고 하더니 갑자기 후임자에게 5만 원을 올리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보고 상관을 말라는 것이다. 나는 중간에서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었다. 분명히 두 번이나 확인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만나서 갑자기 더 올리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내가 강하게 이의를 주장하니 임대인 할머니는 꼬리를 내린다. 그리고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열쇠를 건넸다. 임대인 할머니에게 나는 7년 동안 문제가 있다고 고쳐달라고 한 적도 없다. 무사하게 잘 썼고 7년 동안 좋은 일이 많았다. 살짝 얼굴을 붉히기는 했지만 모두 감사한 일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7년 전 생각이 정확하게 나지는 않는다. 다만 더웠고 지부장 때문에 맘 고생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음 후임자에게는 그런 걱정 없이 기분 좋게 일을 시작하게 해주고 싶었다. 설명회가 끝나고 나에게 따로 연락을 준 학부모가 많았다. 고자질하듯 나에게 하소연을 하고 나에게 수업도 부탁했다. 나는 학부모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기 전에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것도 오버이다. 그녀에게 이제 자신만의 공간이 생겼다. 좋은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을 것이지만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란다.

저녁에는 친동생네와 식사를 했다. 아들이 이사를 간 영등포 사무실도 구경을 했다. 직원이 17명이나 되어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 날이다. 나도 처음 학원을 차릴 때 엄마가 와서 축하를 많이 해줬다. 간단하게 고사도 지냈다. 그때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회생활을 많이 안 해본 딸이 처음으로 학원 원장이 되어 도전을 내밀었을 때 엄마는 기뻤을까. 많이 바빠서 오히려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는데도 말이다. 엄마가 계셨다면 더 신바람이 나는 은퇴였을 것 같다. 칭찬샤워도 받고 앞으로의 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나누었을 것이다.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무사히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고, 잘 키워주신 덕분에 많이 배웠다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소중한 순간이 올 때마다 무언가 허전한 마음, 부모님의 빈자리가 여전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