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받으면 일단 기분은 좋다.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고맙다고 말은 하지만 너무 좋아하면 선물을 밝히는 사람인 것 같고, 고맙다는 표현을 적게 하면 상대방이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또 여러 명이 있을 때 받는 선물은 더욱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처하다. 선물을 주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모두 은밀하게 몰래 주나 보다. 아이들에게, 학부모에게 선물을 받을 때 참 난감하다. 나는 예전에는 sns에 고맙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당연히 누가 준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은근히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것도 좀 속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마음에는 은근 자랑도 숨어있다. 그러니 sns에는 온통 자랑거리만 가득이다. 문득 나도 누구의 sns를 볼 때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자랑하는 거야? 뭐 들으라는 거야? 베베 마음이 꼬인다. 나도 놀란 내 감정에 나는 선물을 받고 그냥 꿀꺽 삼킨다. 아. 뭐 이런 걸....하는 표현만 한다. 그러자 좀 선물이 줄긴 했다. 선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사실 선물을 받으면 그 학생에게 잘해주게 되어있다. 이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좁쌀같이 작은 마음이다. 촌지가 괜히 있었겠나. 선생님들의 태도가 변하니까 주는 것이겠지. 이제는 학교 선생님들은 커피 한 잔 받지 않는다. 참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방법이 다 있다. sns로 선물을 보낸다. 또 난감하다. 안 받는다고 하면 서운할 것이고 받으면 주소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순간 좀 부끄럽다. 선물 하나 주고받기 힘들다. 그래서 뭐니 뭐니 해도 식구들에게 받는 선물이 가장 편하다. 식구들이 은퇴선물을 묻는다. 딸은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좋아하는 걸 하겠다고 대놓고 묻는다. 식구라서 그 점도 편하다. 딸이 말한 어그 부츠는 절대 신을 것 같지 않고 가방도 많다. 나는 오븐과 스타우브 냄비를 사달라고 말했다. 이게 내 선물인가 싶지만 식구들보다는 그래도 내가 좀 더 많이 쓴다. 요즘은 집청소에 열심이다. 살림에 손 놓았더니 식구들이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뒷베란다 창틀이 너무 더럽다. 보이지 않는 곳이라 손님이 와도 청소를 안 한 공간이다. 나는 위생상 안 좋은 것 같아 청소하기로 마음먹었다. 때가 쉽게 벗겨지지 않아 스팀 청소를 하며 고생을 했다. 남편에게 말했다. 집을 사기 위해 그렇게 애를 쓰고 삶의 목표인양 하더니 우리는 막상 집 관리를 너무 안 하는 것 같다고. 우리는 무얼 위해 산 것일까. 남들이 정한 목표였기에, 진짜 내 것인가 의심을 해 본 적도 없이 달려온 건 아닌가. 결과에만 집중을 하니 지금을 오롯이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살림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바빠서 살림을 하지 못했지만, 은퇴 후 살림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살림은 참 중요한 나의 일부이다. 내 집이고 우리의 삶이다. 이제 선물은 모두 살림살이로 받아야겠다. 아니다. 선물은 영어처럼 현재이다. 나태주의 시처럼 오늘이 가장 큰 선물이다. 하루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니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