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어 '나'는 산사에 산책을 갔다. 대필가는 다양한 사람의 마음과 몸이 되어 글씨를 쓰지만 오늘은 자신을 위해서 쓴다. 선대 할머니는 절대 자신을 잃지 않았다. 몸이 사라져도 여전히 남긴 글씨 속에 살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자신만의 글씨를 아직 모른다.
편지를 공양하는 날이 있다. 접수 기간은 1월 한 달이고 음력 2월 3일에 모아서 한꺼번에 태우는 작업을 한다. 손글씨는 쓴 사람의 생각과 시간이 진하게 남았다. 편지에 담긴 언령을 소중하게 대신 공양해 주는 것이다. 거기에도 세세한 작업이 있다. 불에 잘 붙는 종이, 엽서와 편지를 구분하고 우표는 떼서 모은다. 이웃 바바라가 와서 불 위에 음식을 데워 먹으며 유쾌한 공양을 하게 된다.
쇼타로 씨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를 애타게 기다리는 어머니에게 보낼 편지를 의뢰한다. 평생 무뚝뚝하고 무서웠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보낸 연애편지에는 다정한 사랑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름답게 쓰는 것만이 대필가의 일은 아니다. 글씨도 나이를 먹으면 늙어간다. '나'는 지독한 감기에 걸린 듯 감을 잡지 못한다. 이웃 바바라 부인, 남작, 빵티와 칠복간 순례를 하는 중 비가 내려 중간에서 넷은 하산한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가 '나'는 아버지의 편지를 갑자기 쓴다. 가게에서 급하게 얻은 종이에 쓴 것에 압화를 가득 넣은 편지를 완성한다. 생생함이 사라질까 카페에서 쓴 글을 다른 종이로 옮겨 쓰지 않는 행동이 놀라웠다. 손글씨는 살아있는 감정인 것 같고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사랑하는 치짱에게
나는 지금 아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치짱이 아주 잘 보입니다
이제 나는 공을 굴리며 곡예하는 인생을 졸업했습니다
그러니 다음에 만날 때는 매일 손을 꼭 잡고
마음껏 산책하지 않겠습니까
웃는 얼굴의 치짱을 사랑합니다
다시 만날 날까지 부디 건강하게 지내요
세상에서 치짱을 가장 사랑하는 나로부터"
뇨로라는 이탈리안이 가방에 가득 든 편지를 꺼낸다. 선대 할머니와 뇨로 어머니와 주고받은 펜팔 편지인 것이다. '나'는 선대 할머니와 마주하려면 각오가 필요하다. 사한에 가서 밥을 먹으면서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분명 할머니가 쓴 것이 맞다. 그러나 자신에게 엄격하게 규율을 가르치던 할머니는 실수를 하고 조금 다른 표현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편지에는 '나'가 가득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반항하던 자신을 반성하고 할머니의 사랑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