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작가 독서 챌린지 5기
토지 19권을 읽었다. 이제 한 권 남았다. 5월부터 읽기 시작한 박경리 독서 챌린지 덕분에 늘 "토지"와 함께한 기분이다. 시대적 배경은 1930~40년대로 전시 상황이 더욱 치열하다. 남자아이들, 여자아이들은 일본이고 조선이고 끌려가 전쟁터에 나간다. 살고 죽는 것은 오로지 운에 맡길 뿐이다. 남아 있는 자들도 하루하루 숨을 죽이며 살아간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을까. 마음 아프게 우리 민족의 삶을 엿보게 된다.
1장 만산은 홍엽이로되
모화와 몽치는 같이 살고 있다. 한복이만 이들의 혼인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은 혼인을 반대하고 있다. 명빈은 건강이 많이 좋아졌고 백 씨, 명희, 여옥이 그를 찾아 지리산으로 왔다. 민지연은 중이 되어 있었다. 명희는 길상이 그린 관음탱화를 보고 감동한다. 만주에 있는 이범준을 통해 국내 연락책임을 지고 있는 이범호도 해도사를 찾아온다. 해도사는 이범준이 가지고 있는 사회주의에 대해 비판을 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것인데 우리에게는 없고 서양에서 비롯된 생각이라고 여기는 점이 잘못됨을 지적한다. 최상길은 여옥을 데리러 온다.
“그렇게 현란하게 보이던 관음상이 폐부 깊은 곳, 외로움으로 명희 이마빼기를 치는 것이었다. 어째서일까? 명희는 자기 마음 탓이려니 생각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동이었다. 숙연한 슬픔, 소소한 가을바람과도 같이 영성을 흔들며 알지 못할 깊고도 깊은 아픔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원초적이며 본질적인 것으로 삼라만상에 대한 슬픔인 것 같았다.”426쪽
“천지만물의 이치는 하나일세. 공연히 식자들이 그것에다 각기 다른 옷을 입혀 다른 것같이 생각하는데, 내 말을 끝까지 듣게. 그러면 그 옷이란 무엇이냐, 소위 이론일세. 이론이란 꿰맞추거나 틀에다가 넣어서 비어져나오는 것은 짜르고 비어 있는 곳은 메우고 반듯하게 하는 것인데 그것으로 사람 사는 이치가 드러나는 것일까? 443쪽
2장 독아
남희는 맨발에 빈손으로 성환할매를 찾아온다. 집에서 나온 경위를 말하지 않는다. 장연학이 와서 남희에게 병원부터 가자고 말한다. 정신대로 여자아이들을 끌고 가는 정세이다. 불안한 연학은 남희의 거처를 영판노인에게 부탁한다. 허정윤은 남희가 성병에 걸렸다고 말하고 연학은 충격을 받는다. 양을례는 남희를 찾으러 왔다. 연학은 을례에게 화를 내며 사정을 묻고 왜놈 병정에게 당한 거라며 운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했나. 정확하게 한땀 한땀 꾸부리고 뻗으면서 가지 끝을 기어가는 한 마리 자벌레, 소리 없이 잠자듯 시간을 흘러가는데 조선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도가니 속에서 축 늘어진 지렁이가 다 되고 말았단 말인가. 밟아도 꿈틀거릴 줄 모르는 지렁이, 연학의 눈앞에는 범호의 얼굴이 커다랗게 다가왔다.”73쪽
3장 청춘의 향기
환국은 영광을 찾아가 양현과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하고 영광은 이유를 듣더니 환국에게 속물이라고 말한다. 석 달동안 영광은 매일매일 환희와 절망을 오가며 살았다. 영광은 양현의 하숙집을 찾아간다. 둘은 거리를 걷다가 기차를 타고 인천을 간다. 그러나 영광은 마음을 열 수가 없다. 양현과 헤어지고 유인배와 술을 마신다. 부용이 영광의 아픈 다리를 찜질해 준다. 영광의 어머니는 할아버지가 사준 책을 보관해 놓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쓴 습작 노트를 발견한다.
“양현이는 말할 것도 없고 영광이 역시, 전혀 새로운,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았던 정열이었고 게다가 상황은 굴절되어 이들을 서투르게 몸부림치게 했으며 따라서 상실감의 공포가 앞서기도 하여 마음과 행동이 겉돌아서 그렇게, 미숙하게 보였는지 모른다.”84쪽
“그것은 자기 자신의 시, 습작노트였던 것이다. 영광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 선명하게 떠오른 것은 그 시절의 오기가 오늘까지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었다.”148쪽
4장 만 리 길을 오가며
오가타는 만주에 살고 있다. 인실이 숨 쉬는 하늘 밑이라는 의식 때문이다. 일본에 와서 누이 유키코와 조찬하 집에 들렀다. 전시 중이라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아들 쇼지는 중학생이 되었다. 셋은 만주 여행을 떠난다. 만주에서 찬하는 혼자서, 오가타와 쇼지는 둘이서 여행을 한다. 셋은 하얼빈에서 만나기로 한다. 광오와 수앵이에게 쇼지를 소개한다. 둘은 인실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한다.
“우리는 민족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사실도 너는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은 민족과 민족의 투쟁이 없어지고 억압하는 자와 억압당하는 자의 투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지상에는 식민지라는 존재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너의 어머니와 나의 슬픈 사랑, 비극도 없어질 것이다.”193쪽
“일본인은 다만 왔다가 가는 사람이야. 이 땅의 임자는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 이 땅에서 태어난 민족이지. 그것은 쇼짱도 알아두어야 해.”208쪽
5장 평사리의 어둠
진주에서 병을 고친 남희는 도솔암에서 정양하고 있다. 성환은 학병으로 끌려갔고 성환할매는 그 소식을 듣고 눈이 멀고 말았다. 환국은 스스로 군에 들어갔고 민우는 일본에서 행방불명이다. 엽이네가 서희 집 앞에서 통곡을 하고 서희는 그 모습에서 할머니 기억이 떠오른다. 둘째 아들이 학병으로 끌려간 것이다. 우개동이 앙심을 품고 한 짓이다. 개동은 파면된다. 마을 사람들은 고소해한다.
“그러나 그것은 구백 생멸이 있다는 한 찰나. 찰나의 연속이 아니던가? 하면서 내가 억겁을 살았단 말일까? 그것이 시공을 뚫고 가는 섬광이었다면 나는 한 찰나를 산 셈이 된다. 그러나 한 생명이 땅과 하늘 사이에 있는 이상 기억은 생명과 더불어 떠나지 않는 것, 그것은 한이로다.”259쪽
6장 밤새와 억새풀
배설자에게 속아 형의 활동상황을 발설하고 형과 동지 한 사람이 일본에 의해 총살당한 것을 본 사내는 배설자를 찾아와 죽인다. 배설자의 죽음 소식을 들은 강선혜는 악몽을 꾸는 느낌이 든다. 인경은 명희를 찾아가 선혜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최상길은 여옥에게 결혼하자고 말한다. 여옥은 연민을 갖지 말라며 불안을 느끼지 말고 살자고 한다.
“유행 따라서 부지런히 양복 지어 입고 유식한 말투, 영어 나부랭이나 지껄이고, 아무것도 아닌데,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 이렇게 얼굴에 주름이 잡혀 마주 앉아 있는데 말이야, 한심스럽다”332쪽
“산천초목, 웨디 사람뿐이란가? 목심 붙어 있는 거는 다 애잔헌 것인디 욕심부린들 어쩔 것이여? 지은 죄 덜어감시로 살아야제. 한 포기 풀도 소중한 것이여, 이녁이 불쌍허믄 목숨 있는 거이 다 불쌍한 기여, 악행은 못하지러” 348쪽
”그분은 자신의 불행까지 사랑한다고 할까. 천지만물 모든 것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어요. 겨울 긴긴 밤에 목화씨를 발가내면서도 밥을 짓고 아궁이에 솔가지를 뿐질러 넣을 때도 아들에게 옷을 갈아입힐 때도 그 정성이 하나의 의식같이 보이는 거예요. “3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