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는 누구인가
(손기정문화도서관에서 스페인서점까지 3.1km, 총 9km 걷기)
성당에서 진행하는 성경공부는 창세기, 탈출기, 마르코 복음서, 요한복음서 4권이고 순서대로 읽는다. 나는 요즘 마르코 복음서를 봉사자님, 여러 자매님들과 함께 목요일 오전에 읽고 있다. 예수님이 어부들에게 물고기를 낚는 어부 말고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해 주겠다는 말씀을 한다. 이득, 세속적인 가치보다는 정신적인 가치, 인본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말로 해석을 할 수 있다. 복음을 전하는 열두 제자에는 야고보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고보가 지나간 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 떠오르면서 한 달가량 후 지금 성경책 텍스트에서 본 그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마치 작가나 예술가의 자취를 밟는 여행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이번 여행은 운명적이다. 산티아고는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야고보 성인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첫 번째로 순교를 당하시고 이후 제자들에 의해 이베리아 반도 끝 어딘가에 묻혔다. 수 세기 후 한 수도자가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기도하며 간 곳에서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발견되었고 그곳에 성당을 지었으니 그 유명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이다. 신기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의 많은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걷게 되었고 여러 역사적인 사건으로 폐쇄되기도 하고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한 <연금술사>를 쓴 작가 파울로 코엘로가 이 길을 걷고 쓴 책 <순례자>로 산티아고는 더욱 유명해졌고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되었다. 나와 남편은 성당에 나가지 않는 냉담의 시기가 길었고, 자녀들에게 세례를 받게 하지도 않았고, 성경에 대한 지식도 얇다. 내가 종교인으로서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언젠가는 성당에 다니게 되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를 해볼 뿐 종교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엄마는 나로 인해 성당에 다니게 되었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셨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삶에서 겸손해질 수 있는 철학과 외롭지 않다는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스페인길은 기독교의 역사와 함께 이슬람의 역사, 이민족의 역사가 있다. 스페인은 이슬람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다. 고야의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의 역사가 보이기도 한다. 이 길은 거의 천 년의 숨결이 깃든 곳이다. 스페인에 대한 역사를 조금 공부하고 가야겠다. 손기정 도서관에서 충정로역 쪽으로 내려오니 서울로 7017 고가도로가 보인다. 서울역에서 회현역까지 이어진 길이다. 고가도로에서 바라본 철도, 역, 여러 도시 풍경이 마치 산티아고 길처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주었다.
충무로에 있는 스페인 책방에서 스페인 지도를 구매하고 산티아고 순례길 책과 스페인 역사책을 둘러보았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스페인 기행>이라는 책을 보물처럼 발견했다. 나는 이래서 독립 서점에 간다. 대중적인 책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책을 찾는 재미와 행복은 크다. 이곳은 스페인언어권 책이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