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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멜로디>를 읽고

by 하루달

<단순한 진심>, <로기완을 만났다>를 쓴 조해진 작가는 정말 부지런히 창작활동을 한다. 이 소설도 예약을 걸고 한참만에 대출을 받아 읽게 되었다.


승준은 열두 살에 권은 집에 가게 된다. 학교 선생님이 장기 결석을 하는 권은 집에 반장, 부반장에게 가보라고 숙제를 준 것이다. 부반장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책임감 있는 승준만 권은 집에 가게 된다. 간신히 찾은 권은 집에는 권은 혼자 어두컴컴한 방에 앉아 있었다. 승준은 권은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받는다. 그러면 자기 탓으로 비난을 받게 될 것 같다는 마음과 그냥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권은 집에 학용품, 쌀, 라면, 필기한 공책, 아빠의 카메라를 준다. 권은은 난생처음 보는 그 카메라 때문에 학교에 나온다. 권은은 그 일로 인생이 바뀌었다. 사진작가가 된다. 빛이 피사체를 감싸는 순간이 좋아 권은은 사진을 찍는다.


이십삼 년이 흘렀다. 시사 잡지사에서 근무하는 승준은 문화계를 이끌어갈 신진들을 인터뷰하는 중 분쟁 지역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권은을 인터뷰한다. 승준만 권은을 몰라봤다. 몇 달 후 시리아에서 다리를 다친 권은이 한국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승준은 병원으로 달려간다. 과거 승준이 한 일이 자신을 살렸다는 말을 권은에게 듣는다. 권은이 존경하는 알마 마이어의 다큐를 보며 권은을 알아간다. 그리고 칠 년 후 승준은 민영과 결혼해 지유를 낳는다.


콜린은 영국공군으로 독일 드레스덴에서 소이탄을 퍼부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아들 게리는 반전운동가로 권은처럼 분쟁 지역에서 사진을 찍는다. 딸 애나는 아버지 콜린의 다큐와 오빠 게리의 사진집을 만들어달라고 권은에게 부탁한다. 애나는 권은을 통해 알게 된 난민 살마를 영국으로 초청하고 단과대학에서 공부하게 해 준다. 시민단체에서 일하게 된 살마는 남편 딜런과 결혼을 앞둔 시기에 히잡을 쓴 이유만으로 영국에서 시민에게 폭행을 당한다.


알마 마이어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없게 되고 장의 도움으로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긴 후 미국으로 가게 된다. 아들 노먼을 낳고 장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위해 연락을 하지 않는다. 같이 분쟁 지역에서 일하던 중 아들이 죽게 되고 알마도 몇 달 후 삶을 마감한다. 게리가 알마의 인생을 담은 <사람, 사람들> 다큐를 만든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겪고 있는 나스차를 승준은 줌으로 인터뷰를 한다. 임신 중이라는 말에 권은과 애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살마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나스차는 영국으로 초청되고 딸 디아나를 낳는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책처럼 서로에게 베푼 작은 친절 (결코 당사자에게는 작은 것이 아니다)이 사람을 살리고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전시 중에 찍는 사진에 대한 의문, 딜레마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권은은 익명의 고통받는 사람들이 작품처럼 관람되는 것이 맞는 것이지, 그들의 삶에 섣부르게 참견을 한 것은 아닌지, 자신이 사진을 찍을 자격이 있는지, 사진이 세상의 분쟁을 막을 수 있는지, 타인의 고통 위에 세워진 모래성 같은 자기만족의 허무를 알게 되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이라도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인지, 그리고 자신의 행동으로 결국 자신이 치유를 받는 과정임을 이해한다.

인간은 전쟁을 할 정도로 잔인하고 폭력적일 수도 있으며, 인간은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로 착한 심성을 가졌다. 또한 모르고 싶어 모른 척하거나 외면하는 이기심도 있다. 한 사람의 생존은 누군가의 죽음이 이어지기도 한다. 자기의 아기를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며 민영은 승준에게 난민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승준은 열두 살에 혼자 있는 친구를 못 본 척할 수 없는 사람이다. 권은은 자신이 살게 되니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의 다리를 잃었을 때는 살마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마음도 생긴다. 우리 안에는 천사와 악마가 모두 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빛과 멜로디 같은 사랑으로 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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