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소설

by 홍지현











강민주에게 불안한 마음이 있을까? 신이 만든 삶이라는 텍스트를 거부하고 스스로 인생을 건설하려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잔다르크 같다. 그러나 어린 시절 그녀의 날개는 어머니의 눈물로 언제나 젖어 있었다. 젖어 있는 날개로는 날 수가 없다. 그녀의 불안은 약자의 눈물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에 아무 저항 없이 무기력하게 당하고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딸에게 보여준다. 딸은 그런 모습을 보고 아버지 그리고 남자에 대한 혐오가 생긴다. 어머니는 딸에게 ‘너는 신이 만든 아이다’라는 강한 주술 섞인 말과 함께 증오의 날개를 달아준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으로 가득 찬 이웃이 아닌 돈으로 인정과 의리를 산 황남기, 폭력과 자본을 상징하는 사람을 딸 옆에 있게 한다. 강민주는 젖은 날개를 말리기 위해 스스로 힘을 키우고 철저히 외로운 생활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세상의 모든 젖어있는 것들에 강한 연민을 품는다. 어머니처럼 산 불쌍한 여자들의 넋두리에 후렴구처럼 달려오는 "죽지 못해 살지요."라는 말을 듣고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결국 자신의 탓”이라는 여성들의 무지에 치가 떨리도록 혐오를 느끼지만 자신이 그녀들을 대신하여 세상의 증오를 응징하려고 한다. 프랑켄슈타인처럼 진실에 대한 탐구와 프랑스 혁명가처럼 착취와 학대를 단죄시키는 역할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정당화한다.


그러나 약한 여자들의 눈물은 바로 강민주 자신이다. 그녀는 늘 불안하다. 어린 시절 아무도 강민주의 눈물을 닦아주거나 날개를 말려준 사람이 없었다. 강해 보이는 그녀는 눈물로 억눌려 자라지 못한 슬픔, 분노를 엉뚱한 잔인성, 폭력, 자기 고립의 모습으로 드러낸다. 자신은 힘을 가지고 힘껏 날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날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고는 생각한다. 세상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의 불안은 눈물을 진심으로 닦아준 백승하에 의해 말려진다.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와의 시간을 기다리며 그의 배려에 고마워하며 차츰 심정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를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보면 뻔한 사랑에 빠지는 나약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백승하도 어린 시절 생모가 자신을 버리고 간 아픔이 있는 인간이고, 강민주도 아픔이 있는 인간일 뿐 남과 여 젠더 사랑의 모습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준 새하얀 린넨 옷을 입은 아이 강민주는 천사의 날개 같은 고급 실크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입은 사랑에 빠진 강민주로 바뀌었다. 순수한 영혼은 눈물을 말리고 가장 아름다운 여자, 그리고 인간이 되었다. 백옥 같은 그녀의 순수함은 어머니의 아픔과 여성들의 고통을 혼자 맞서고 견디려고 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침내 붉은 피로 물든다. 그녀의 불안은 해소되지만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를 짝사랑하는 황남기의 애달프고 외로운 눈물에 그녀는 마음이 흔들렸고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는 말밖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자신과 똑같은 불안한 존재의 눈물에 의해 날 수 없게 되었다.


그럼 황남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신과 같은 존재임을 자처한 강민주를 죽음으로 몰 수 있는 것은 황남기가 가진 총, 제도적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총이 있는 한 언젠가는 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개인의 인격으로만 방어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총은 제국시대부터 아니 그 전의 전쟁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인간의 원초적인 폭력성인 것이다. 제도를 만든 법은 약자에게 빈약하기 그지 없지만 제도를 비판하는 여론은 강력하다. 강민주가 백승하를 납치하고 감금하고 다스리려고 했다.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인 백승하를 납치함으로써 여자들의 환상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가 가진 부드러운 이미지 때문에 남자들의 지배 논리를 확산시켜 여성에 대한 착취와 학대를 정당화시켰다. 처음부터 남녀의 위치는 다르다. 백승하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그는 남자로써 가질 수 있는 사회적인 특권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억울한 납치도 아닌 것이다. 강민주는 상담소에서 상담할 때 느낀 분노와 자신의 아버지에게 느낀 고통을 백승하를 통해 세상에 알리려고 했다. 아무 죄 없는 사람을 납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민주의 메시지를 들은 대중들은 그녀의 편을 든다. 법은 촘촘히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해결도 해주지 않는다. 불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남녀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다. 젠더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특히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강민주가 느낀 불안은 남성 그 자체가 아니고 남성이 폭력을 쓸 수 있게 만든 제도가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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