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베르크 폰 샤미소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
소설
술레밀 당신은 악마에게 그림자를 팔았습니다. 그림자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당신은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과 부자가 된 고귀한 몸을 바라보지, 그림자는 쳐다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도 단지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떠나고 마지막에는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낀 절망감은 감히 짐작이 되지 않아요. 그러나 나도 당신처럼 그림자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악마와 거래를 한 적이 없는데 나의 그림자는 누가 가져간 것일까요? 나의 아버지는 갑자기 5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사 없이 떠난 갑작스런 이별은 남아있는 식구들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그림자를 빼앗아갔습니다. 우리는 마치 그 동네에 살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처럼 서둘러 이사를 갔고 어색한 새 보금자리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다시 더 먼 곳으로 이사를 갔고 그러한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어느새 우리들은 그림자가 없어 어울리지 못하는구나 눈치를 채게 되었지요. 나는 항상 다시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꿈을 꾸었고 다시 옛 동네로 돌아가리라는 희망과 함께 예전에 그 동네 사람이었다는 자만심이 있었습니다. 나에게 그 곳의 생활을 묻는 질문들이 좋았고 나를 우러러보는 눈빛과 달콤한 칭찬이 자랑스러웠지요. 그러나 그 자만심은 나를 점점 경계 밖으로 스스로 밀어내는 힘이었고 나는 눈치를 채지 못한 채 점점 외로워졌습니다. 나의 손에 쥐고 있던 소중한 것들이 서서히 빠져 나가는 것을 보고도 애써 잡으려고 하지 않는 마음은 내 인생의 이방인이 되기에 충분했지요. 그러나 시간은 흘러 또 어머니를 잃고 나서 그림자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의 영원히 변하지 않는 몸짓이 나에게 남아 그림자를 만들었더군요. 과거의 일은 떠올라 후회의 시간 속의 지혜를 주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주더군요. 그리고 어느새 잃어버린 생명은 다시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어요. 이제는 나의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나와 함께 옛 동네에 같이 가는 용기를 주더군요. 그 때 나는 깨달았어요. 고향은 그리 대단한 곳이 아니었고 당신에게 하인이 곁에 있듯이 나도 나의 식구들과 함께 있음을요. 그들과 같이 돌아다니던 모든 곳이 바로 나의 고향이었음을요. 당신처럼 나도 드디어 자유인이 되었어요. 그리고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림자가 없어져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나는 그림자가 없는 자를 발견하면 그를 따뜻하게 환대해줄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그림자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림자보다 더 중요한 것을 보기 위해 눈을 보기로 했답니다. 당신의 눈빛도 궁금하군요. 나의 눈빛은 이제 슬픔과 후회와 그리움에 더해진 투명 빛일 때도 있지만 선명한 무언가가 되었답니다. 그것은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닌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진 시간과 믿음의 열매였습니다. 나도 여전히 당신처럼 정착하지 않고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만나는 날이 오겠지요? 그림자가 없는 우리 둘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