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세르바예스 알베르게 예약 필수
(헬스장 6km 우리 집에서 인창도서관까지 걷기 4km, 총 10km)
마르코 복음서 6장 7절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는 내용이 있다. 둘씩 짝을 지은 것은 여정에서 서로의 안전을 지키며 둘이 동료로서 성장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본보기를 보인다는 의미이다. 2는 이렇게 안전한 숫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하면서 공동체의 기본이 된다.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미우나 고우나 남편 없이 혼자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 없다. 남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아이를 한 명 낳으면 계속 고민을 한다. 한 명은 외롭지 않을까. 무언가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나도 네 살 터울로 둘째를 낳았다. 둘째를 낳기까지 내내 낳자, 낳지 말자를 고민했다. 둘째가 태어나고 더 이상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형제이건 자매이건 남매이건 둘을 안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맞다 안 맞다 정답의 문제가 아니다) 난민 봉사집에 갈 때도 성당에서 둘 씩 짝을 지어준다. 파트너 봉사자님이 바쁘셔서 혼자 간 적이 있는데 무척 허전하고 뻘쭘하기까지 했다. 아담과 이브처럼 우리는 둘씩 짝을 지어야 하나 보다. 그러나 둘만 있어도 위험할 수도 있고 힘들 때가 있다. 김영하의 소설 "오직 두 사람"은 그런 의미의 이야기이다. 인간은 결국 혼자이다. 홀로 태어났고 홀로 떠난다. 홀로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야 2가 될 수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근원적인 문제여도 우리는 결코 혼자 있을 수는 없다. 둘이 만나 안정적인 관계를 경험하고 튼튼한 다리를 가진 후 더 많은 관계로 뻗어나간다. 나는 이제 완벽한 혼자가 되는 경험을 할 것이다. 고독하지 않다. 외롭지도 않다. 무섭지도, 불안하지도 않다. 수많은 사회적 관계의 실을 벗어나 오롯이 혼자이면서 세상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다시 세상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고독을 호사스러운 행위로 여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는 시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걷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침대에 누워 있는 고독, 방에만 머무는 고독은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영화 "인턴"을 보면 은퇴를 한 남주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깨끗한 옷을 입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세상 속에 있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인턴으로 일할 때도 말을 아끼고 경청한다. 이런 어른을 우리는 꼰대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는 어떻게 꼰대가 되지 않았을까. 나는 그가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히 마음속으로만 일하고 싶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기꺼이 몸을 움직인다. 거리를 걷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동영상 찍는 방법을 배우고 이력서를 낸다. 몸이 움직이면 머리만 쓰는 잔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편하게 가는 방법만 선택하고 말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소통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정신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같이 세상과 통과하는 과정이다. 움직이는 몸이 지속성을 경험하게 만든다. 21km 걸음이 기대된다.
생장에서 떠나 26일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에 도착하면 알베르게가 단 하나이다. 만약 자리가 없다면 다시 길을 떠나거나 비싼 호텔을 이용해야 한다. 지금 예약을 해야 좋은 자리를 얻을 수도 있고 심리적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alberguederoncesvalles.com으로 들어간다. 한국어 버전이 가능하다. 숙박할 날짜, 이름 성, 이메일, 핸드폰 번호, 원하는 베드 수를 입력하고 숙박과 저녁식사, 아침 식사, 가방 배송 서비스 유무도 선택한다. 결제까지 마치면 예약 완료이다. 이메일을 보내도 연락이 없어서 오늘은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결제를 완료했다.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는 수용인원이 120명이다. 1127년 세인트 제임스 길을 따라 피레네 산맥을 건너는 순례자들을 돕기 위해 팜플로나 주교는 알폰스 1세의 요청으로 기관을 설립하였다. 나바르 정부가 최근에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호스텔로 다시 재정립하였다. 순례자를 위한 미사는 오후 6시부터 8시에 있다. 무척 기대가 되는 곳이다. 이런 정보는 Buen camino 앱에서 볼 수 있다.
론세스바예스에는 영국 아서왕 이야기, 프랑스 롤랑의 노래, 독일의 니벨룽겐의 반지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