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빌려드립니다 전시
(헬스장 6km, 강서구 스페이스 K까지 5km, 총 11km)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에서 메일이 왔다. "침낭을 가져와야 한다, 여행용 담요와 자루를 판매하고 있다, 22시까지 와야 한다, 늦을 경우 반드시 통보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순례자에게 침대를 양보해야 한다, 여권을 꼭 보여줘야 한다, 미사는 매주 오후 18시에 있다, 택시 서비스가 있다, 택시 기사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겠다" 등의 내용이다. 확실히 예약이 잘 된 것 같다.
며칠 전 예약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알베르게는 평가는 좋지만 공항버스역까지 30분이 걸리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성당에서도 30분이 걸려 결국 택시를 탔다는 평도 있다. 대부분 알베르게는 22시까지는 들어와야 하고 그 시간은 거의 자는 분위기라고 한다. 만약 관광을 하고, 늦은 저녁을 먹으면 30분이라는 거리는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 취소를 했다. 당일 일주일 전까지 취소를 할 수 있다. Booking 앱에서 날짜를 입력하고 호텔이 아닌 pension residencia를 저렴한 가격에 예약을 했다. 공항버스까지 10분 거리이고 1인실, 1인 화장실이 있다. 마지막 날은 그냥 편하게 자야 할 것 같다. 낮에 완주를 축하하고 저녁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예약을 하자 메일이 왔다. 경찰에 보내는 여행자 등록 양식에 필수 신원 데이터를 기입해야 하므로 여행지 등록 양식을 작성한 후 보내라는 내용이다. 스페인어로 메일이 오기 때문에 복사를 한 후 번역을 해야 한다. 여권 번호, 주소, 전번 등 개인 정보가 있기 때문에 의심을 했는데 외국 호텔에서 항상 여권으로 신원을 확인했던 것 같다. 알베르게는 이런 절차는 없고 크레덴셜만 보이면 되는데 pension과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 경우는 여권이 필요한 것 같다. 소심한 나는 조금 놀랐지만 그들을 믿고 체크 양식을 보냈다.
많이 외국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특히 유럽은 비용이 많이 들어 늘 더 많이 보려고 분 단위로 계획을 짜면서 애를 쓴 것 같다. 그런데 음식을 먹으면서 좀 실망을 했다. 외국에서 나는 늘 한국 음식의 위대함을 더 느꼈다. 외국 음식은 단순하다. 빵과 샐러드, 커피와 주스, 과일, 파스타, 생선 구이, 스테이크 등 조리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다. 한국의 장, 김치, 나물, 젓갈에 비하면 그냥 굽는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갔다 오면 한국에 애정이 생긴다. 박물관과 미술관도 마찬가지이다. 비행기까지 타고 가서 보는 아주 비싼 미술관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 전시는 보려고 노력한다. 강서구 스페이스 K에서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최민영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랜만에 시간을 낸 딸과 미술관 데이트를 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꿈을 빌려드립니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작가는 유년 시절과 이주의 경험의 기억을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몽환적인 장면으로 연출을 했다. 우리나라 한강에 아마존의 돌고래가 헤엄치고 있다. 비현실적인 분위기는 밝은 색채 덕분에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빛과 구도 때문인 것 같다. 기형도의 "빈 집" 시가 떠오르게 하는 그림도 있고 김초엽의 "지구 끝 온실" 소설이 떠오르게 하는 그림도 있다. 한국적인 요소가 있는 그림을 보면 작가의 정체성과 향수가 느껴지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이 되면서 나의 유년 시절도 회상하게 만든다.
2층에는 작가의 인터뷰 영상이 있다. 기초적인 드로잉을 통해 모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는 예술가들은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과 천재적인 재능을 이용해 쉽게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의 말을 들으면 그들은 엄청난 노력을 하고 디테일한 작업을 거친다. 나는 그녀의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자신만이 가지고 유일한 것으로 예술로 승화할 수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