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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3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팜플로나를 사랑한 헤밍웨이

by 하루달

(헬스장 6km)



다니고 있는 헬스장은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가격이 저렴한다. 부지런한 어르신들이 아침부터 운동을 하신다. 러닝머신에서 뛰고 있으면 옆에서 천천히 걷고 계신 어르신이 나에게 참 잘 뛴다고 칭찬?을 계속하신다. 운동 후 땀이 나서 헉헉 거리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나에게 땀이 나서 좋겠다고, 당신들은 땀도 잘 나지 않는다고 부러워? 하신다. 50분 마무리 걷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 어르신은 안 힘드냐고, 참 대단하다고 덕담?을 하신다. 저도 힘들어 죽겠어요 라며 나도 모르게 어르신들에게 어리광?을 부린다. 나도 청춘을 보면 자연스레 시선이 가고 참 부럽다, 저들은 지치지도 않는다며 중얼거린 것 같다. 청춘들은 이런 나의 시선에 신경도 쓰지 않고 그들이 얼마나 빛나는지 전혀 모르지만, 나는 어르신의 나를 향한 따스한 시선에 참 감사함을 느낀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 요즘 내 또래를 만나면 슬슬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은근 건강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그들도 나에게 늙었다? 는 기분을 저버리기가 어렵다. 기분 좋은 이야기보다는 우울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청춘은 숫자가 아니고 마음에 있건만 거울을 보며 사는 우리는 그렇게 다짐하기가 쉽지 않다. 며칠 후 친구를 만나면 헬스장 어르신들 이야기를 하며 실컷 웃어야겠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나이기에.


<꿈을 빌려드립니다> 소설은 짧은 단편이다. <백 년의 고독>에서 읽었는지, <아니 에르노> 소설에서 읽었는지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가 나온다. 프라우 프리다는 말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침에 꿈 이야기를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일곱 살 때 자기 동생이 급류에 휘말려 가는 꿈을 꾸었고 미신을 믿는 어머니는 동생에게 수영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프라우는 이 꿈은 물에 빠져 죽는 것이 아니라 사탕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동생은 몰래 사탕을 먹다 목이 막혀 죽었다. 이후 그녀는 꿈을 꾸는 일을 하며 살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녀의 꿈을 신봉하는 집주인은 재산을 물려주기도 한다. 꿈은 내 무의식의 일부이다. 그런데 남의 무의식을 예언하다니 참 재미있는 발상이기도 하다. 이 소설이 영화 <인셉션>을 만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빌려드립니다> 전시도 작가의 꿈을 엿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의 꿈을 공감하기도 했다. 초현실주의는 어쩌면 현실일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는 현실인가 꿈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이 아닌 상황이 주어지기도 한다. 가장 긍정적인 초현실 상황은 여행이 아닐까 싶다. 현실과 꿈, 우리는 어느 것을 믿어야 하는가. 내가 가려고 준비하는 스페인은 아직 나에게는 꿈과 같은 곳이다. 지금 하는 행동이 꿈 같이 느껴진다.



론세스바예스만 알베르게를 예약을 해야 한다. 국립 알베르게는 대부분 선착순이다. 그런데 늦게 도착하면 자리가 없을 수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하라는 조언도 많았다. 다행히 3월 말, 4월 초는 성수기가 아니다. 예약을 안 해도 자리가 있을 것 같다. <buen camino> 앱에서 알베르게를 예약하려고 했는데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는 휴무라는 메시지가 있다. 어쨌든 앱을 보고 예약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whats> 앱( 우리나라 카톡 앱 같은)으로 소통을 하거나 전화를 한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도 "내일 예약하고 싶다, 자리 있냐, 1명이다." 정도로 소통하면 된다고 한다. 저녁에 컨디션을 살피면서 내일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정하고 그곳의 알베르게를 정하고 메일을 보낸 후 아침에 답을 보고 떠나면 가장 좋다는 조언이 많았다. 21km를 걸으면 수비리 (zubiri)에 도착한다. 스페인의 유명한 철학자 하비에르 수비리가 태어난 곳이고 "다리가 있는 마을"이리는 뜻이다. 다리를 건설할 때 강가에서 흙을 파내다 광견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수호여신인 카테리아 성녀의 유해가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침 일찍 7시에 떠나면 9,10시쯤에 식당, 바(푸드 트럭)가 보인다고 한다.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화장실도 해결한다. 수비리까지 길은 평탄하지만 내리막이 힘들다고 한다.


수비리에서 팜플로나(pamplona)까지는 20km이다. 팜플로나는 대도시라 볼거리도 많아 연박을 많이 한다. 나도 3일의 연박 기회를 열어두었는데 다리가 아프면 연박할 생각이다. 이곳은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곳이고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집필한 곳이다. 그는 소몰이 축제 "산 페르민"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가 자주 다닌 이루나 카페가 있다. 팜플로나는 중세 나바라 왕국의 수도이다. 로마 장군 폼페이우스가 요새를 삼았기 때문에 로마, 서고프, 무슬림, 프랑스인들이 살았던 곳이고 콜럼버스를 지원한 이사벨 여왕의 동상이 있다. 유네스코 등재된 팜플로나 대성당도 아름답다고 한다. 검색을 해보니 대도시라 알베르게를 예약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buen camino> 앱에서는 예약이 되지 않아 aspacenavarra.org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날짜를 입력하고 알베르게를 예약했다. 5월부터 9월까지는 예약을 받지 않고 예약 확정은 메일로 보내준다고 한다.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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