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작가 독서 챌린지 5기
작년 5월에 읽기 시작한 <토지>를 오늘 완독 했다. 마로니에 북스 출판사 <토지> 총 20권이다. 토지 재단과 함께 읽기를 했기에 가능했던, 긴 여정의 독서였다. 1권 첫 문장 추석을 묘사하는 장면과 20권 마지막 문장 해방을 맞이한 하늘의 실구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아 느린 독서로 시작하다가 내용이 궁금하여 하루 분량의 독서를 하지 않고 1편을 단숨에 읽은 적도 많았다. 등장인물이 많아 스스로 인물표도 만들기도 하고, 아름다운 평사리가 궁금하여 휴가 여행으로 정하기도 하고, 꿈속에서 인물들을 만나기도 했다. 드라마, 영화도 보지 않은 나에게 <토지> 책은 처음부터 흥미진진한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동학농민운동을 우리나라의 최초의 시민 혁명으로 보는 작가의 시점에 동의하며 어떻게 근대화가 백성들에게 스며들었는지,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했던 역사를 보게 되었다. 윤씨 부인, 서희, 양현, 유인실, 명희, 선혜, 여성들의 용감한 인생에서 생각이 깊어진다. 차별과 아픔은 한 개인의 몫이 아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결국 여성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대한민국의 저력은 박경리 작가의 성실한 수고와 토지와 같은 국민의 힘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1장 대결
상의가 다니는 기숙사 학교에는 4학년 수업이 없어지고 간호학 강의를 모두 듣게 되었다. 상의는 학교의 부당한 처리에 사카모토 선생에게 화를 냈고 퇴학을 당할 수도 있었다. 상의는 아버지가 있는 하얼빈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상의에게 사카모토 선생에게 용서를 빌자고 한다. 자존심이 상한 상의에게 선생은 이번에는 봐주겠다고 말한다.
“얼마간 안정은 되었지만 상의는 자기 자신이 그 얼마나 망가졌는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치욕감에서 입술을 깨물었다. 빌었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죄책감 같은 것은 없었으니까.”430쪽
2장 합류
이상현은 하얼빈에서 주정뱅이로 살고 있다. 윤광오 부부와 심운구가 이상현을 경제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강포수의 아들 강두매는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석이는 상현에게 기화를 버린 것을 따져 묻는다. 홍이, 두매, 영광은 합석을 한다. 이상현과 기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영광은 양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홍이는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동업자 중국인 심재용이 운영하는 카바레에서 일을 하지 않겠냐고 영광에게 제안한다.
“양현과 헤어진 후 서울에서도 또 만주에 와서도 영광은 양현을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잊어지리라 영광은 그렇게 생각했으며 자신의 집념을 조용히 파괴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기화라는 이름 하나가, 그것은 마치 불씨와도 같이 영광의 마음에다 혼란의 불을 질렀던 것이다. 영광은 자기 자신을 상자 속에 집어넣듯 웅크리며 다독거리며 간신히 균형을 잡는다.”36쪽
3장 산은 말이 없고
영광이 만주로 떠나고 영선네는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딸 영선이 집에 찾아간다. 사돈 휘야네는 반가워한다. 영선에는 근처 절에서 지내기로 한다. 조병수는 아들 남현과 길상의 탱화를 보러 지감을 찾아온다. 탱화에서 길상이와 자신의 동질적인 외로움을 느낀다. 자신이 짝사랑했던 서희는 관음보살이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서희는 아들 윤국이를 지켜달라는 마음으로 독립 자금을 대고 있다.
“그것은 부친 조준구가 세상을 떠난 후 날마다 묵은 때가 조금씩 벗겨지듯 큰 병을 앓은 뒤의 회복기처럼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뒤의 휴식처럼 고난을 통하여 얻어낸 감사의 마음이 그를 평안하게 평화스럽게 한 것 같다.”91쪽
“내 이 불구의 몸은 나를 겸손하게 했고 겉보다 속을 그리워하게 했지요. 모든 것과 더불어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나는 물과 더불어 살게 되었고 그리움 슬픔 기쁨까지 그 나뭇결에 위탁한 셈이지요”96쪽
4장 운수불길
몽치는 경찰서에서 사흘 동안 취조를 받았다. 징용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을 빼돌렸다는 의심을 받았다. 몽치는 징용에서 도망친 홍석기를 도와주려고 산으로 보낸 것이다. 숙이는 피해 다니는 모화를 보고 집으로 데리고 온다. 여동철, 조남현, 허삼화가 몽치일에 힘을 써 몽치는 풀려났다. 한복은 형 김두수를 찾아간다. 일본이 전쟁에서 지면 자신은 일본에 가서 살 거라며 부동산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원래 형태에서 번져 나오는 것, 번져 나옴으로써 세월의 부피 따라 변화하는 한 시점, 시점마다의 실제는 당자들 영혼의 이력을 알려주는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혼의 빛깔, 움직임, 소용돌이, 침잠, 느낌이 가능한 모든 정신영역의 추상적 형태로써 나타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지혜로운 사람은 통어하고 사악한 사람은 엄폐한다. “143쪽
5장 동천
일 년 후 서희는 양현이 있는 인천 병원에 가서 집으로 가자고 한다. 송영광과의 사연을 알게 된 것이다. 둘은 명희집에 들른다. 명희는 모녀를 보고 기쁨과 외로움을 느낀다. 헌책방 근처에서 오가타와 조찬하를 만난다. 명희는 지난 일에 대해 조찬하에게 사과를 한다. 환국은 일본에 대한 분노가 들끓는다. 덕희는 양현에 대한 모멸감과 선망으로 감정의 절제를 잃는다.
“찬하는 명희를 외면하듯 하늘을 올려다본다. 동천, 구름 한 점이 없다. 가슴이 쓰라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월의 흐름을 보다 강하게 그리고 서글프게 느낀다. 이 정도나마 그 젊은 날의 아픔이 엷어졌다는 데 대한 서글픔이었다.” 215쪽
“삼라만상, 억조창생 생명 있는 것은 그 모두가 시간과 자리, 혹은 공간이라는 엄연한 십자가 밑에서 만나고 이별하며 환희와 비애를 밟고 지나가는 것이다. 욕망의 완성은 없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의 불행인 동시 축복이다. 종말이 없는 염원의 연속이기 때문이다.”241쪽
6장 졸업
학교에서 한밤중에 사 학년만 기상하라고 한다. 아이들은 징용으로, 정신대로 끌려가는 것인가 두려워한다. 소집된 장병들에게 나누어지기 위한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 중학교로 간다. 남자들은 출전을 한다. 장연학은 남희를 최참판댁에 있게 한다. 연학은 남희를 통하여 항일의 감정이 분출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석기 가족에 몰아닥친 불행에 대한 동정도 일었다.
“자유를 저해하고 순결을 더럽히는 조직의 폭력, 상의는 일상에서도 늘 그것에 시달려왔지만 새삼스럽게 불가항력, 조직에 대한 공포와 분노에 몸을 떨었다. 항상 종소리에서 탈출하는 것을 꿈꾸어왔다.”287쪽
7장 빛 속으로
명희는 선혜를 찾아간다. 무척 여윈 선혜는 권 선생을 생각하며 분노, 절망에 떤다. 명희는 자신만 제대로 산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모든 물품의 유통이 물자부족과 수송관계 때문에 위축해져서 사람들은 보따리 장사에 기차역은 아비귀환 같다. 가난한 군중들이다. 명희는 지리산 명빈을 보러 간다. 남자들은 징용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산속에 숨어 있다. 이 사실을 안 명희는 그들을 위해 오천 원을 내놓는다. 범호는 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염탐꾼 개동이를 잡아 두들겨 팬다.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운명 앞에 무력해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지만 그러나 운명을 정복한 사람은 없어, 자신이라는 말같이 허망한 것이 어디 있을까. ”349쪽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 만세! 사람들아! 만세다!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 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다가는 소리 내어 웃고, 푸른 하늘에는 실구름이 흐르고 있었다.”416쪽